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정은경’으로 불리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대선캠프 참모들과 전화 회의를 열어 “사람들은 파우치 소장과 이 모든 바보의 이야기를 듣는데 진절머리를 낸다”고 말했다. 이어 파우치 소장을 언급하며 “그가 TV에 나올 때마다 항상 폭탄이 있다. 그를 해고하면 더 큰 폭탄이 있다”며 “파우치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파우치 소장이 오랜시간 NIAID 소장을 지낸 점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여기에 500년 동안 있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도 파우치 소장을 향한 독설을 이어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파우치 박사는 우리가 TV 출연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어젯밤에도 그를 (TV에서) 봤다”며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파우치 소장이 과거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고 하고 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어지는 조롱에 정치계와 현지 매체는 파우치 소장을 두둔했다. 공화당 소속인 러마 알렉산더 상원 보건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파우치 소장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공무원 중 한 명”이라며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6명의 대통령을 도와왔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선캠프의 앤드류 베이츠 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하며 “대통령은 거짓말을 일삼고, 과학적 사실을 공격하며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후 유세장에 복귀한 지 일주일 만에 정부 과학자들을 비난했다며 코로나19 사레가 급증하고 파우치 소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팀원인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위험성을 경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을 면전에서 쓴소리하는 것도 불사해 ‘돌직구’로도 불리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당한 대중적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심 과학을 믿으면서도 약하게 보일까 봐 마스크 착용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된 것을 보고 놀랐느냐는 질문에는 “절절대 아니다, “감염될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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