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대선공약으로 2017년까지 대전에 완성하기로 했던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라온)가 내년 말까지도 완공되기 힘들 전망이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다.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연구에 쓰이나 막상 과학계에서는 라온의 활용분야가 그리 넓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권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2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부출연 연구기관 국정감사에서 “내년 말까지 중이온가속기 전체 범위가 다 완공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온은 이명박 정부가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결정할 당시 대전 신동지구에 약 1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건설하기로 결정하며 시작됐다. 약 95만㎡ 부지에 13만㎡ 규모로 건설을 추진해 당초 2017년 완공을 목표 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보상이 늦춰지는 등 여러 이유로 사업 기간이 두 차례 미뤄지며 2021년으로 4년 연장됐다. 하지만 올해까지 시험 운전이 시작돼야 할 초전도가속기3 장치 등이 현재 설치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구축사업이 또 다시 미뤄지게 됐다.
권 단장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 고에너지 (초전도가속)구간에서 빔을 인출하는 게 목표로 2020년 이를 위한 제품군의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가속기 구축사업에 필수 장치인 사이클로트론을 공급하기로 했던 캐나다 베스트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2021년 완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날 국감에서 변재일 국회 과방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최초·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예산으로 처음부터 무모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며 “예산도 부족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병선 과기정통부 제1 차관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산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는 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한 경합 끝에 지난 5월 충북 청주 오창으로 결정됐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자기장을 지날 때 나오는 태양빛보다 1조 배 밝은 거대 현미경으로, 신소재는 물론 바이오·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등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의 핵심 장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2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2028년 완공하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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