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주주 양도세 강화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21조원대로 급감했다. 특히 코스닥은 기관의 지속된 투매에 800선까지 내주면서 올해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의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28조5,000억원)에서 24%나 줄어든 수치다. 이날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1%(29.96포인트)나 내린 778.02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장중 900선을 돌파하기도 했던 코스닥지수가 800선 밑으로 빠진 것은 8월21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도 0.72%(16.90포인트) 하락한 2,343.91을 기록해 2,350선을 내줬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한풀 꺾인 것을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3억원으로 강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개인들의 투자 기조가 ‘관망’에서 ‘팔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달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에서 순매도를 기록 중인데 이날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서 1,09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1,44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제넥신(095700)(-72억원)·에이스테크(088800)(-43억원)·아미코젠(092040)(-39억원)·케이엠더블유(032500)(-38억원) 등 그동안 코스닥 상승을 이끌었던 바이오·2차전지·5세대(5G) 종목을 차익 실현했다. 실제 이날 코스닥은 제약(-4.94%), 정보기술(IT)하드웨어(-4.04%)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지수가 크게 빠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2차전지 등 신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9월 이후 뚜렷한 상승 이슈 없이 박스권을 형성해온 가운데 양도세 기준까지 3억원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라 관망하던 개인투자자들까지 시장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관의 매도세는 코스닥 급락으로 이어졌다. 기관은 이달 코스닥에서만 약1조5,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한 달 내내 매도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이날 2,432억원 규모를 사들이며 6거래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통상 연말이 다가오면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는 배당 수익을 위해 배당주를 대거 사들이고 연초에 다시 팔면서 개인과 반대되는 매매 패턴을 보이는데 최근 코스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몇 년간 기관은 12월에 개인이 대주주 양도세 이슈 때문에 시장에 물량을 내놓으면 이를 사들이기 위해 10~11월께 한발 먼저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관투자가의 매도세에 대해 “투자신탁은 펀드 환매에 대응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연기금 역시 최근 시장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배당이 적고 올해 상승률이 컸던 코스닥에서는 이 같은 패턴을 바라기 어려워 개인 자금이 빠지면 지수 하락이 가파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 연구원은 “따라서 올해 많이 오른 중소형 성장주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코스닥보다 코스피, 성장 기업은 실적주 중심, 친환경 관련 기업과 소비주로 압축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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