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레이저 영상센서) 세계 시장은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그만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지만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도전한다면 충분히 세계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라이다 기술 스타트업 에스오에스랩(SOS LAB)의 정지성(34·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부품 기업들의 각축장인 세계 라이다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작고 가격을 낮춘 제품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자체 개발한 완전 고정형 3차원(3D) 라이다 ‘ML’을 이르면 연말 선보이기로 했다. 라이다는 차량 주변에 레이저를 쏴 반사돼 돌아오는 광학거리를 재는 센서로 기존 차량 부품인 카메라나 레이더가 놓칠 수 있는 주행 중 장애물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레이저를 여러 방향으로 쏘기 위해 모터 등을 달게 되면 부피가 커진다는 점이다. 에스오에스랩은 이 모터를 빼고 반도체칩 타입으로 개발했다. 스마트폰 3~4개를 포개 놓은 정도 크기인 라이다는 차 범퍼 안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정 대표는 “라이다에 들어가는 레이저칩·렌즈·프로세서 등을 회로기판 위에 고정시켜 소형화했다”며 “이를 통해 전방 50m 내 장애물 등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L 모델은 내년 초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에스오에스랩은 국제무대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 국제발명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쓰이는 ‘SL’ 모델 등 에스오에스랩이 보유한 라이다 관련 국내외 등록된 특허만 30건을 웃돈다.
그는 “칩 형태 라이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아시아에서는 에스오에스랩이 유일하다”며 “구조를 단순화한 설계로 고정형 라이다의 단점인 가격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향후 ML 양산 가격을 시중 제품의 4분의1 정도까지 낮출 계획이다. 자율차에 라이다가 전·후·측방에 많이 들어갈수록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부품이 고가인 탓에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적 신뢰도가 높은 저렴한 라이다를 원하는 추세다. 그는 “이미 산업용 로봇에는 라이다가 활용되고 있다”며 “2~3년 후면 자동차에 값이 싸진 라이다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박사과정 동료 4명과 함께 에스오에스랩을 창업했다. 연구실에서 15년 넘게 라이다 분야를 연구하면서 자율주행시대 도래를 확신한 그는 창업 4년 만에 벨로다인·쿼너지 등 세계적 라이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력을 키웠다.
그는 “스마트시티·산업용 라이다 매출을 확대하고 곧 신형 라이다 개발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2년 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본격적인 라이다 수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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