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시행했던 외식비 할인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은 8월 한 달 간 매주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외식을 할 경우 외식비의 절반, 1인당 최대 10파운드(약 1만5,000원)를 정부가 부담하는 ‘잇 아웃 투 헬프 아웃’(Eat Out To Help Out)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30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영국 워릭대 연구팀이 ‘잇 아웃 투 헬프 아웃’과 코로나19 집단감염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시행 1주일 후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기 이후 새롭게 감지된 집단감염 중 8∼17%가 외식비 지원 프로그램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날씨가 좋아 외식이 많았던 지역은 비로 인해 외식 횟수가 적었던 곳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잇 아웃 투 헬프 아웃’ 프로그램으로 식당 매출은 곳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0%에서 최대 200%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지원이 폐지되면서 효과도 사라졌다.
연구에 참여한 티모 페처 박사는 “이번 프로그램이 지역감염은 물론 코로나19 재확산을 가속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토비 필립스 역시 “정부가 이번 달은 밖으로 나가 일상을 회복하라고 촉구하고는 바로 다음 달에 제한조치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모이는데 보조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잇 아웃 투 헬프 아웃’이 코로나19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계획이 바이러스 확산에 도움을 줬다면 제안하는 규율과 조치들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식비 지원 계획을 주도한 재무부는 바이러스 확산과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무부 대변인은 이번 연구에 대해 “어림잡아 계산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접객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유럽의 많은 나라가 확진자 증가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