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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당방위 해석범위 넓어질까…대법원, 국민참여재판 비교 연구한다

'위법성 조각사유' 용역 계획 발표

"인정 못받아 선의 피해자" 지적에

배심원 판단·판결 다른사례 분석

/이미지투데이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당방위’에 대한 해석범위가 넓어질지 관심이다. 대법원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판단과 재판부 판결이 다른 정당방위 사건에 대한 연구를 예고했는데 그동안의 판례를 비판적으로 보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8일 정당방위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연구용역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법원 판결에서는 정당방위의 인정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해석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는데 이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형법 제21조에 따라 본인과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발생하거나 침해의 현재성·부당성·상당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판단 기준이 실제 재판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법원은 정당방위 연구를 위해 그동안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을 참고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판단과 재판부 판결이 상반된 정당방위 사건을 분석해보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받는 사안들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배심원은 정당방위라고 봤지만 법원은 유죄라고 판단했거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이번 연구용역에서 다루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기존 정당방위 판례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도 이번 연구의 목적 중 하나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폭력이나 상호폭행, 힘이나 숫자의 불균형 상태에서 반격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여론조사 등 다양한 연구 방식이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연합뉴스


그동안 법원 판결이 정당방위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5월에는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은 최말자씨가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씨는 18세였던 1964년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기 위해 혀를 깨물었지만 당시 검찰은 최씨를 중상해 가해자로 몰아갔다. 부산지법도 성폭력 피해자인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당방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엄격해 사실상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꿔버렸다는 지적이다. 김병수 부산대 법학연구소 교수는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 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법원에서 정당방위 해석에 대해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6월 대전지법의 구창모 부장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께 자녀 문제로 B씨와 몸싸움을 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B씨의 고소로 상해 혐의 피고인이 돼 재판을 받았다. 당시 구 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아라’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극히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문화의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일선 판사가 우리 법원의 제한적인 정당방위 해석을 판결을 통해 비판한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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