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창고, 그러니까 수장고 겸 전시장은 이 쪽입니다. 솔드아웃(Sold Out) 푯말이 붙은 작품은 이미 팔렸다는 뜻이니까 아쉬운 듯 그렇게 바라보셔도 소용 없겠네요.”
‘2020 브리즈 아트페어’가 한창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카페 안도(ANDO). 행사 시작일인 지난 6일 오전에 찾아갔음에도 ‘이미 팔린’ 작품이 제법 눈에 띄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개막보다 이틀 앞선 4일부터 온라인 전시를 먼저 열었기 때문이다.
산들바람을 뜻하는 브리즈(Breeze)를 이름으로 내세운 ‘브리즈 아트페어’는 젊은 작가들에게 작품 판매의 기회를 제공하고, 미술에 관심 있으나 진입 장벽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초보 애호가들에게 작품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난 2012년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파일럿 형식으로 처음 시작한 작은 아트페어다. 당시 젊은 예술 애호가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은 후 행사의 체계를 다져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한 것이 올해로 7회째다.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군소 아트페어, 혹은 작가들이 직접 아트페어를 준비하는 ‘작가미술장터’ 들의 선봉장 격인 행사다.
브리즈 아트페어는 매년 신진작가 50여 명 을 초대해 열린다. 30세 미만의 ‘뉴(NEW)’ 작가 15명, 30세 이상의 ‘나우(NOW)’ 작가 40명과 지난해 ‘브리즈프라이즈’ 수상작가인 장수지, 감만지 등 올해는 총 57명의 젊은 미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였다. 가격은 10만 원 미만의 판화·소품부터 1,000만 원에 가까운 대형 유화까지 다양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 다수가 운집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 올해는 관람객을 시간당 10명, 1일 100명(오전 10~오후 8시)씩 총 300명만 예약제로 입장시키기로 했다. 매년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 북적이는 전시장으로 유명했던 행사지만 ‘안전’을 우선시 한 결정이다. 전시장이 ‘작품창고’ 성격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며, 대신 입장객은 작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세심한 안내도 제공 받는다.
온라인 티켓을 구입하면 시간제약 없이 어디서든 출품작을 살펴볼 수 있고, 오프라인 티켓을 구입해야 작품창고를 방문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뉴콜렉터’는 작품 구매를 확정한 관람객인데 50만 원 혹은 100만 원짜리 티켓을 구입하면 현장에 방문했을 때 ‘작가와의 만남’이 가능하며 티켓 가격에 해당하는 작품을 살 수 있으며 더 비싼 작품을 원할 경우 차액만 지불 하면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정지연 브리즈아트페어 총괄 디렉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가들이 겪는 어려움이 큰 상황이지만, 작품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자 하는 작가들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에 이번 행사가 예술작품을 일상에서 만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자유로운 소규모 독립 아트페어로, 수익성보다는 신진작가들에게는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고 애호가들에게는 재미있으면서도 부담 없는 작품 소장의 기회를 드리는 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리즈 아트페어에는 3일 행사기간에 총 1,500여 관람객이 다녀갔다. 매년 50여 명 신진작가가 참여해 100점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한편 브리즈아트페어를 주최하는 에이(A)컴퍼니는 지난 2011년 설립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업이다. 아트페어 외에도 서울시와 협력해 자영업체의 간판을 예술가들이 제작해 주는 ‘우리가게 전담미술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림을 빌려드립니다’ 등의 사업을 진행했고 온라인 작품 관람과 판매, 아트 굿즈 등을 판매하는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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