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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없는 미국’의 시대, 대북정책 어떻게 바뀌나?

외교라인 구축 전까지는 탐색전, “전략 도발 안할듯”

바이든도 북한보다 코로나 방역·대중국 압박에 방점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실시·강도에 따라 도발 가능

임기 말 문대통령, “우리 정부 중재자 역할 부각될것”

강경화 8일 방미일정 돌입…바이든 측 인사 만남 관측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11·3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2월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정책 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연합뉴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수장이 바뀌면서 대북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 따라 당장 도발에 나서기보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 양측이 탐색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핵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오바마 정부 때 북한 문제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한 ‘전략적 인내’를 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큰 만큼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군사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년 3월이 북미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연설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성형주기자


8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북 양국은 외교라인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탐색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앞으로 반년 간은 행정부 내각 구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양국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움에 합의했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 측에서 6·12 합의를 먼저 깨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과 관련된 고강도 전략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과정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방점을 찍은 만큼 당분간 방역 문제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를 통한 대중국 압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도 유세기간 중 “북한이 핵 능력을 축소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면서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8차 정치국회의가 9월 29일 평양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다며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월30일 이 사진을 보도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 문제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인내’를 다시 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마주하게 된 북한 상황에 대해 “전략적 인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북한의 핵 기술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준이 아니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위협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드러내는 등 나날이 강화된 전략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관계를 조율할 우리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당기간 동안 북한과 미국 간 대화채널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도 표면적인 비난과 달리 우리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군산공군기지에서 한미 장병들이 ‘북한 기지 습격·요인 생포’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와 강도에 따라 북미 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판문점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한다고 약속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만큼 기존 합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이 내년 3월 (한미) 군사연습을 도발로 생각하면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8월 훈련 때보다 수위가 높아지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내년 3월 한미군사훈련이 북한의 도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라며 “만약 전략무기까지 전개하는 훈련이라면 고강도 무력시위로 반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경우 북한의 도발이 다시 북미 관계로 이어지고 더 강한 도발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미 현안 협의와 미국 대선 이후 동향 파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한미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8일부터 나흘 간 미국을 방문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이유로 일정을 취소한 후 다시 한 번 일정을 조율해 우리 측이 방미하는 일정이다. 다만 대선 결과 행정부 수장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바뀌는 만큼 강 장관은 민주당 측 조야 인사들을 만나는 등 외교 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번 방미의 목적에 대해 “한반도 정세나 한미현안에 있어서 기회가 있으면 또 시기와 상관없이 한미 장관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현지시각 9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한미 외교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지난 5일 외교장관회담 성사 소식을 알리면서 “한미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나감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관심은 강 장관이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 인사들과 접촉할 지 여부에 모인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외에도 미 연방 의회와 싱크탱크, 학계 주요 인사 등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미 조야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연방 의회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쿤스 미 델라웨어 주 상원 의원 등 ‘바이든 라인’이 포진한 만큼 강 장관이 이들을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두루두루 의회나 학계 쪽 인사들을 좀 많이 만나서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한미관계를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올 생각”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측을 만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정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가서도 계속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에는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동행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협의는 미 정부 전환기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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