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동의없이 아시아나 항공의 자산을 매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금호산업과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대비해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동의없이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금호리조트 매각 등 아시아나항공의 중요한 자산 처분을 동의없이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지난 9월 아시아나매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번 공문은 2,500억원 가량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매매계약 무산에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금호리조트 매각을 인정할 경우 자칫 계약 해지의 책임이 자신들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파기되지 않았으며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며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HDC현산과 금호산업간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HDC 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회계 가능성이 있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후 양측간 협상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자금 2조4,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사실상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했으며 채권단은 자금 확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중 가장 매각 가능성이 높은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해왔다. 국내외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보유한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손자회사인 금호티앤아이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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