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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끈끈한 한미동맹 강조했지만...'反中동참 압박' 부담으로

[文대통령-바이든 통화]

주한미군 철수·방위비 문제 등 '동맹경시' 없을 듯

'중국 포위망' 강화에 한국 역할 강조...文 고민 커져

文 "한반도 평화 긴밀 소통" 바이든 "비핵화 협력"

바이든 인용 시·DJ와 인연 언급...미일 안보조약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축(linchpin)”이라고 표현하며 한미동맹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 엄포를 비롯해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압박 등 ‘동맹경시’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차별화한 외교 노선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은 동맹들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응하자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외교 전략은 바이든 시대에도 바뀌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다만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인도·태평양’은 “지리적 표현에 불과하다”며 ‘반중 전선 동참 요구’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첫 통화에서부터 한국을 ‘핵심축’이라고 지칭한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핵심축’은 빼버리면 전체가 무너지는 핵심 부품으로, 미국이 이전에는 주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미국이 한국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용한 빈도가 적었다. 미국의 전략 요충지인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이 ‘핵심축’이라는 바이든 당선인의 첫 발언은 미중 갈등 관계 속에서 ‘미국의 편에 선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당선인의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 나서는 안된다는 뜻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에 대해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이날 통화에서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가 언급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 당시 같은 아일랜드계인 히니의 ‘트로이의 해결책’에 나오는 시를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간절히 기다리던 정의라는 밀물의 파도가 솟구치고 희망과 역사는 함께 노래할 것이다’라는 구절로 끝나는 이 시를 인용하며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과의 끈끈한 인연도 이날 통화에서 언급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문 대통령께서 인용하셨는데,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의원 시절 노력해온 것을 우리 국민도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조속히 만나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에 경의를 표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다만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새로운 행정부 출범 시까지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스가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미일 안보조약을 적용할 것을 약속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일 안보조약 제5조는 미일 양국이 일본의 영역 및 주일미군기지에서 어느 한쪽에 대한 무력공격이 있는 경우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일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에서 미일 안보조약을 재확인한 것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견제’ 외교 노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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