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4일 강행한 전국노동자대회 집회와 관련, 경찰이 100명이 넘는 집회 참석자들을 강제 해산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본대회장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지만 경찰이 집회장소에 두른 ‘펜스 안’ 인원만 집회 인원으로 보고 ‘펜스 밖’ 인원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전날 경찰은 100명 이상이 모일 경우 강제해산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었다.
토요일인 이날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 곳에서 전국노동자대회·전국민중대회 등을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춘 이른바 ‘99인 동시다발 집회’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서울 61개 장소에서 집회 31건을 신고했다. 본대회가 열리는 여의도에는 19곳을 신고했다. 이에 집회 전 경찰은 서울 곳곳에 110여개 부대 7,000여명 병력을 배치하고 국회 주변에는 차벽과 펜스 등을 설치했다. 집회는 경기·인천·세종 등 지역 집회장소까지 참가 인원 약 1만 5,000명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 본대회장에서 민주노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체온측정과 함께 명부작성 후 ‘번호표’를 달고 집회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이날 본대회 직전 온라인방송 타임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는 스피커를 통해 “경찰이 둘러서서 무장까지 하고 있지만 딱 100분 정도 계신다”고 했다가 “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죄송하지만 민주노총 사무동지들은 퇴장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언급한 집회장 밖 퇴장 장소는 펜스 바로 옆이었다.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서울 여의도공원 본대회장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 시작을 선언하면서 집회장 참가인원이 펜스 안팎으로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앞서 민주노총은 집회 허용 기준인 100인 미만 집회를 한다고 예고해왔다.
앞서 경찰은 집회 인원이 100명 이상이 될 경우 해산을 유도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펜스 입장 인원만 통제할 뿐 펜스 밖 집회인원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를 기록하던 지난달 광화문에서는 차벽과 펜스를 동원해 집회를 원천 봉쇄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복수의 현장 경찰 관계자들은 “펜스 안은 100명 미만”이라며 펜스 밖 인원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경찰과 참가자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다만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으로 이동하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이 100명 이상 이동하는 것을 우려해 이동통로를 제한하자 민추노총 측 집회참가자들이 “100명이 안 넘는다”고 항의했다. 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대방역 삼거리 인근에서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를 벌였다. 경찰은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에 대해 채증자료를 분석하여 사법처리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역당국은 민주노총의 대규모 주말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계획돼 있는데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산발적인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집회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