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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고문이 쏘아올린 계열분리 신호탄…新그룹의 경계는 어디까지

LG상사·판토스·하우시스 '소그룹화'

이달 26일 이사회서 판가름 전망

구광모 회장 홀로서기 시작될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사진제공=LG




구본준 고문


LG(003550)그룹이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 분리안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꾸준히 불거졌던 구본준 고문발(發) 계열분리는 ‘세대 교체의 마무리’이자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7일 LG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LG를 포함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26일 오후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안과 사장단 임원인사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제 과도기는 끝났다’…구광모 회장의 홀로서기 시작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둘러싼 관전 포인트는 총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명실상부한 구광모 체제의 구축이다. 현재 LG그룹 계열사 최고 경영진은 신학철 LG화학(051910) 부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선대 회장 때부터 중용해왔던 인물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이 안착할 수 있게끔 지원해왔다. 하지만 선대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 구광모 회장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 등 굵직한 경영 판단을 내리며 존재감이 뚜렷하다. 구본준 고문으로서는 3대에 걸쳐 지키고 있는 장자승계의 원칙을 따를 때가 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는 오너가(家)에서 고민했던 이슈”라며 “‘언제’의 문제지 가부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다. 이번 계열분리에서는 준법 경영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신사업에 힘을 쏟을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재계는 구본준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108670), 판토스 등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BM) 측면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으며 그룹의 핵심축을 흔들지 않는 곳이다. 또한 LG상사나 판토스는 분리를 통해 기업집단 내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30년 넘게 LG그룹의 해외 물류를 책임져왔던 판토스는 LG전자(066570)와 LG화학 등이 주요 고객사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겨냥하고 있던 대표적인 표적으로 꼽혀왔다. 판토스의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 비율은 60%에 달하는 만큼, 법적으로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으면 내부거래의 공격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지주사 입장에서는 이번 분리를 통해 내달 분사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핵심 계열사에 지원역량을 집중할 여력도 확보하게 된다.





준법경영 기반 다지고 신성장동력에 힘 불어넣고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남는 자와 떠나는 자와의 지분 거래 방식이다. 현재 ㈜LG가 보유한 LG상사의 지분(24.69%)와 LG하우시스 지분(33.53%)을 합하면 4,000억원 안팎이다. 구본준 고문의 지주사 지분 7.72%은 약 1조원 가량의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 또는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도 구본준 고문 아래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 부품인 패널 구동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올해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 성장 가능성 또한 무척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구본준 고문이 탐을 내는 회사로 알려졌다. LG MMA는 투명 플라스틱 원료인 메틸메타아클릴레이트(MMA)를 만든다. 이곳의 연 매출은 6,600억원 대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5월 지주사가 LG CNS 지분을 매각하고 남긴 자금을 구본준 고문의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는 데 활용하는 등 계열분리에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본준 고문의 계열 분리의 규모를 더 키우지 않을 거라는 해석이다. 앞서 ㈜LG는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맥쿼리PE)에 보유하고 있던 LG CNS 지분 35%를 매각해 1조원을 확보한 상태지만, 이를 활용한 대규모 투자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설명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LG그룹이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구본준 고문이 주도하는 계열분리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도표는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 대상 기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실리콘웍스의 제품군./홈페이지캡쳐


구본준 고문과 LG그룹 간의 지분 정리가 단박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LG그룹과 GS그룹 사이의 계열분리가 7년에 걸쳐 이어졌듯, 구본준 고문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한동안 갖고 가며 LG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모(母)그룹에서 분리돼 나온 기업집단 대표를 모그룹의 친인척이 맡는 이른바 ‘친족분리’의 경우, 모그룹과 분리대상 기업 간에는 지분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만 보유해야 법적인 계열분리를 인정해준다.

한편 LG CNS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 등을 고려해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소수의 재무적 투자자(FI)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자·화학·통신을 3대 축으로 하는 구광모호(號)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G CNS 관계자는 “지주사에서 추가적으로 자사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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