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이번 주 예정된 기업규제(경제) 3법 심사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야당이 “내년 예산안 삭감부터 합의하자”고 하고 있고 여당은 이에 응하지 않으며 회의 자체가 불발됐다. 야당이 예산을 이유로 기업규제 관련 법 통과를 지연하면 여당이 단독으로 심사해 본회의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정무위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 주 전체회의와 소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초 여야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9월 상임위로 넘어온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소위 심사 안건으로 보내 이날과 20일 심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예산을 둔 정무위 파행 국면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에 따라 기업규제 관련 법에 대한 심사 일정도 밀렸다.
야당은 여당에 정무위가 정상화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형뉴딜’의 내년도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한국형뉴딜이 기존 정부 사업과 중복된 부분이 많다며 내년 21조 원 규모의 예산 중 절반을 삭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지난 11일 정무위에서 6,000억 원 가량 배정된 ‘뉴딜펀드’ 예산에 대한 삭감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1원도 못 깎는다”고 받아쳐 정무위는 파행됐다.
문제는 정무위가 파행되면서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논의도 중단됐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통과를 주문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번 정기국회(12월 9일) 처리를 공언했다. 이에 맞춰 기업규제 3법 가운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묶는 ‘독소조항’이 들어간 상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하지만 3법으로 함께 묶인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은 정무위가 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야당은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법안이 워낙 방대하고 규제가 많아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전속고발권 폐지 등 독소조항만 11건에 달한다.
다음 주에도 상임위가 일정을 못 잡으면 심사가 1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12월 9일 끝나는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내년도 예산안과 기업규제 관련 법의 심사 시간은 더 촉박해진다. 민주당은 시간을 끌지 않고 단독 처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단독 심사를) 해야 한다면 하는 것”이라며 “정기국회 중에 (기업규제) 3법을 (처리를) 다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당이 ‘졸속 심사’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다음 주 단독으로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해 본회의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경우·송종호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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