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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담판에 재계도 나섰는데…돌아온 건 법인세·상법·노조법

['3개의 벽'에 갇힌 기업]암참도 노란봉투법 우려

당정, 반기업정책 입법 가속페달

李대통령 사회적 대화 강조와 배치

법인세 올리면 韓 투자 매력 급감

美 현지 생산이 더 유리해질 수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가 29일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경제단체를 소위 ‘패싱(Passing)’한 채 일방 처리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상법으로 회사와 함께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고 미국으로 가는 수출 품목의 관세는 최소 15~25%가 되는데 법인세는 오르고 근로계약도 하지 않은 협력사 노조와는 강제로 단체협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경제8단체에 이어 800여 개의 한국 투자 미국 기업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까지 나서 정부와 여당의 노조법 개정과 추가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반기업 정책의 입법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노동·기업 정책과 관련해 “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정하면 안 되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정부 출범 후 이 대통령의 공약인 상법과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 등 숙의를 거치자고 정부와 국회에 수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당정은 법인세 인상 카드까지 추가하며 정책의 방향을 ‘친노동·반기업’쪽으로 두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기업들은 △관세 △상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 △법인세 인상 등 이전 정부에서 없던 반기업 정책들이 정권 초기부터 쏟아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경제계는 노동계의 ‘대선 청구서’를 갚느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 반기업 정책이 향후 수출 대국인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과감한 투자와 속도로 급변하는 글로벌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한국식 기업 경영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이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와 함께 ‘주주의 이익’을 명시했는데 28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집중투표제’를 담은 추가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법이 최종 개정되면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지분을 갖고 의결권을 특정 이사에게 분산하는 방식으로 몰아주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단기 차익에 민감한 헤지펀드들은 또 무차별 소송으로 위협할 수 있어 경영 판단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 쟁의의 개념을 임금·복지 등 ‘근로 조건의 결정과 관련된 불일치’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에 관한 불일치’까지 확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시장 수요에 따른 특정 차종의 글로벌 생산 계획 조정, 대규모 인수합병(M&A), 해외투자 결정 등 주요 경영 사항이 모두 파업의 대상이 된다. 산업 현장에서 “주요 경영 판단을 할 때마다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법인세 인상은 미국이 주요 매출처인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한국 심리에 불을 지를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협상에 돌입한 정부가 일본, 유럽연합(EU) 수준의 합의에 도달해도 관세율 15%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법인세가 1%포인트 인상되면 한국의 투자 매력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는 26.4%(지방세 포함)로 미국(25.6%)보다 부담이 큰데 세율이 인상되면 미국과 세율 차이가 1.9%포인트로 더 높아진다.

관세(15~25%)에 법인세율을 고려하면 미국 현지 생산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또 캐나다·멕시코 등의 통상 협상 결과가 우리보다 나을 경우 미국 인접 국가로 생산 시절이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의 “철수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미 통상 협상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은 국내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법 추가 개정 및 노조법 개정은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 파업 만능주의 조장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6월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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