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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서해 해돋이·인제 야생화 명소…내비에 없는 길 다니며 발굴했죠"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軍 제대후 가업 돕다 여행 매력 푹 빠져

화천 비수구미마을·백천동 계곡·금대봉…

1년에 8만㎞ 주행, 전국 숨은 명소 찾아내

가치 커지는 국내 유람…30년만에 기회

'팔도유람 24박25일' 등 이색기획 대성공

끊임없이 상품 개발…차별화 해야 생존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가 1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여행 업계에 올해는 악몽과도 같은 한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한 가운데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 무급 휴직을 결정했다. 2~3위인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무급 휴직에 지방 사무소까지 폐쇄했다. 여행 선진국이라는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는 178년 역사를 자랑해온 영국 여행사 토머스쿡의 폐업 선언이 전 세계 여행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한 소규모 여행사가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팔도유람 24박25일’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475만 원짜리 국내 여행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일 뿐이다’ ‘예약자가 있겠느냐’는 등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소규모로 기획된 이 상품은 예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대기자까지 생겨나고 상품 마감으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시대에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 업계에서 대반전을 이뤄낸 승우여행사의 이원근(44·사진) 대표를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행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승우여행사는 지난 1997년 이 대표의 부친이 창립한 국내 전문 여행사다. 규모는 작지만 20년 넘게 전국의 다양한 관광지를 발굴해 자체 개발한 상품만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 대표는 “아버지와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비즈니스 파트너였다”며 “군 제대 후 복학하기까지 잠깐 일을 도와드린다는 게 여행에 푹 빠져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23년이 흘렀다”고 한다. 그 덕에 결국 대학 졸업은 못했지만 전국 명산이란 명산은 모두 등반했을 정도로 이 대표는 “국내에서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하는 자타 공인 최고의 여행 상품 기획 전문가가 됐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지역 명소가 된 ‘서해 해돋이 왜목마을’이나 ‘화천 비수구미마을’ ‘백천동 계곡’ ‘야생화 천국, 인제 곰배령’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등이 그가 처음 발굴한 여행지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서해의 해돋이 명소인 왜목마을이다. 해안이 동쪽을 향해 돌출되고 인근 남양만과 아산만이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일출 구경이 가능한 이 명소 여행 상품 광고를 신문에 내자 동쪽에서 해가 떠 서쪽에서 지는 것은 상식인데 말이 되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왜목마을에 숙박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는 당진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승우여행사가 코로나19 시대에 내놓은 ‘팔도유람 24박25일’ 여행 참가자들이 3일차에 동해 추암 바닷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승우여행사


그의 성공 전략은 남들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있다. 전문 산악인이자 여행 작가인 그는 지도나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길을 5만 분의 1 지도를 들고 다니며 여행지로 발굴해왔다. 이 대표는 “평생 지도 한 장 들고 전국을 유람하던 아버지에게 배운 그대로”라며 “가이드로 일하는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지 답사를 다니며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1년에 8만㎞ 정도라는 그의 차량 누적 주행거리가 그의 성실한 ‘발품’을 입증한다.

지난 10월 승우여행사가 내놓은 ‘팔도유람 24박25일’ 상품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 일주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서수남과 하청일이 부른 ‘팔도유람’ 노래 가사를 참고해 전국 구석구석을 유람하는 일정을 짰다. 서울에서 출발해 팔도를 S자로 두 번 도는 코스다. 해외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유럽 배낭 여행자들과 산티아고 순례객 등의 수요를 끌어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린 직후부터 문의가 쏟아졌다. e메일로 ‘전국 일주가 평생소원’이라는 고객부터 ‘제가 못 가더라도 여행을 꼭 성사시켜달라’는 응원 메시지도 들어왔다. 11월 1일 처음으로 팔도유람에 나선 여행객들은 25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여행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여행 상품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수명이 채 1년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 상품에는 특허권이 없어 상품을 내놓으면 곧바로 유사 상품이 나온다. 이 대표는 “여행 상품 개발에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상품화되면 ‘내 것’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설명했다. 1년만 지나면 일반인들도 개별적으로 찾는 관광지가 된다. 이 대표가 치열하게 상품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여행사의 가장 큰 적은 경쟁 여행사가 아니라 자가용입니다. 누구나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을 여행사를 이용해 갈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여행사를 이용할 만한 상품성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여행 시간과 방향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죠.”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여행상품 개발을 위해 매주 현장답사를 다니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여름 강원도 동해 베틀바위를 배경으로 촬영한 모습이다./사진제공=승우여행사


이 대표는 앞으로 국내 여행의 길은 지방 소도시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 대신 사람이 적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여행사들이 이런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내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준비된 여행사의 입장에서 코로나19는 국내 여행 붐이 일던 1980~1990년대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는 당장 올 연말연시도 기회다. 그는 “과거 외환 위기 때 해돋이 여행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겪은 올해도 많은 사람이 새해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해돋이 명소를 찾아 나설 것”이라며 “다만 과거처럼 인파 속에서 당일치기로 밤을 새워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격이 비싸도 소규모로 기획된 고객 맞춤형 여행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숨겨진 명소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는 이색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의 본질을 지켜가는 여행사만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내국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여행사라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만족시킬 수 없어요. 손님 한 명, 한 명을 수익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노력해온 작은 여행사들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승자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He is…

△1976년 서울 △1999년 승우여행사 입사 △2011~2018년 수원 갤러리아백화점 트레킹 강좌 △2014~2018년 여행박사 국내여행팀 총괄팀장 △2015년 ‘주말에는 아무 데나 가야겠다’ 발간 △2017년 한국공항공사 지방 공항 활성화 감사패 △2017년 승우여행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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