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최대 입법 과제로 삼았던 기업 규제 3법의 정기국회 통과가 불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와 법사위가 야당 의원의 반발로 법안 심사에도 착수하지 못한 가운데 재계의 반발까지 감수하며 강행 처리하는 데 대한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상황에서 잔뜩 위축된 재계의 입장과 상황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현재까지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심사소위를 열지 못했다. 정무위는 상임위 처리 시한인 오는 7일 전까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한 법안소위를 개최한다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야당이 법안 논의에는 응하겠지만 30년 만에 이뤄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충분히 토론해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특히 여권 내 정무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야당과의 합의 없이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무리라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법안이 처리되려면 상임위 통과는 늦어도 7일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공청회 등 국회법상 필수 절차도 생략한 채 단 한 번의 법안소위를 통해 강행할 경우 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인데 입법 성과를 내세워 단독으로 정부 원안을 통과시킬 경우 정치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어떤 경우라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기업 규제 3법은 (재계에 미칠 악영향 등) 상황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특히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 진행 속도가 더뎌 (단독 처리 강행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정무위 소관인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합의 처리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한두 시간 살펴보고 통과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다”며 “재계에서도 우려가 크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들이 적지 않다. 여당 역시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기 방침을 예상했다.
다만 기업 규제 3법을 보류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해온 재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다음 회기에서도 여전히 기업 규제 3법의 통과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의견에 대해 여권이 보다 열린 자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다 신중히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경제계가 우려하는 법안의 현실적·법리적 문제점들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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