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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사람에게만 더 걷어"...무너진 형평·표적 증세에 '분노'

■ 표퓰리즘 조세정책 <상> '갈라치기 증세'에 커지는 조세저항

과세 대상자 유효세율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나

'표만 챙기면 된다' 정치논리에 고소득자만 희생양

"최고세율 높이려면 면세자 비율도 함께 줄였어야"

2일 광주 북구청 세무과 민원 창구에서 민원인들이 세금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부자 증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여전히 40%에 달해 과세 형평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느슨한 공제 제도로 인해 납세 능력이 있는 국민도 납세의무를 지지 않아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비판에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면세자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표적 증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차피 내 표만 챙기면 된다는 이분법적인 판단을 앞세워 고소득자에게만 세입 확충 부담을 계속 지우는 것이다.

2일 국세청 국세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율은 38.9%였다. 면세자 비율은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급증한 뒤 조금씩 줄고 있지만 미국(29.3%, 이하 2017년 기준), 캐나다(17.6%), 일본(15.1%), 영국(0.2%)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다. 2014년 이후로 다시 면세자 비율이 축소되고 있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방만한 공제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아니면서도 공제 등을 통해 세금을 면제받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4인 가구의 면세점(세금이 면제되는 기준)은 연 3,230만 원이었다. 연 소득이 3,230만 원을 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가구가 있다는 의미다.

면세자 수 증가는 과세 기반 축소와 함께 조세의 수평적 불평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면세자가 늘어나는 만큼 과세 대상자의 세 부담은 급증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과세 대상자 1인당 세 부담은 2013년 201만 6,000원에서 2018년 319만 9,000원으로 63% 상승했다. 과세 대상자 유효세율은 2013년 4.9%에서 2018년 7.73%로 높아지는 등 과세 대상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집중도가 심화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기에는 수평적 불평등의 부정적 효과가 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필요경비로 보기 어려운 소득공제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할 필요성이 있는 공제로는 근로소득 세액공제, 신용카드 공제 등이 꼽힌다.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근로소득공제와 중복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공제의 경우 이미 정책적 목표를 달성한 만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신용카드 공제는 사업자들이 현금 결제로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제는 체크카드와 현금 영수증만으로도 이것이 가능해졌지만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신용카드 공제에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비 공제를 본인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부모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내줄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2,000만 원으로 설정해 약 2만 1,000명의 세 부담을 늘렸다. 이 한도를 1,200만 원으로 낮추면 1조 3,6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면세자 비율을 손보기보다 조세 저항이 덜한 부자 증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는 이날 ‘부자 증세’ 논란이 일었던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15개 예산 부수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기존에 7개였던 소득세 과표 구간에 1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 세율 45%를 부과하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6%로 높아졌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면세자 비율을 줄일 때 조세 저항을 낮추려면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가야 한다”며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소득세 최고 세율을 높인 만큼 면세자 비율을 함께 줄였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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