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인천 지역 시험장은 여느 수능 때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3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25지구 제40·50시험장인 인천시 남동구 인천석정여자고등학교와 인천남고 앞은 흔한 응원 플래카드 하나 없이 한산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험장 앞 응원도 모두 금지돼 매년 수능 날마다 보이던 후배들의 시끌벅적한 함성과 간식 나눔도 사라졌다. 제17시험장인 인천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에는 하얀 전신 방역복을 입고 수능을 치러 온 수험생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학부모들 역시 감염 우려를 의식한 듯 “시험 편안히 보고 오라”며 아이를 들여보낸 뒤 금세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고3 딸을 둔 이우(54·남)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수험생들이야말로 최악의 수능이 아닌가 싶다”며 “딸이 학원도 못 가고 집에서 EBS 방송만 듣고 공부했는데 힘들게 고생한 만큼 지금껏 해온 노력이 다 이뤄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재수생 학부모인 이혜영(49·여)씨도 “가장 걱정인 건 수시 논술을 접수해놨는데 혹시라도 (시험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못 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가만히 있어도 숨찬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니 그것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딸이 그런 점 때문에 더 긴장한 것도 있어서 풀어주려고 애썼다”며 “지난 1년간 해온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수능 한파에 맞서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한 수험생들은 정문 앞에 놓인 시험실 배치표만 확인한 뒤 걸음을 재촉해 교내로 들어섰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학부모는 정문 대신 학교 옆 울타리 쪽에서 아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험을 안전하게 잘 치르기를 기원했다. 고3 학부모 이가연(46·여)씨는 “아이가 코로나19 때문에 가고 싶은 곳도 못 가고 집과 학교만 오가느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것”이라며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무사히 나오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보다 3,009명(10.9%) 줄어든 2만4,717명이 수능을 치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인천의료원과 체육공단 경정훈련원에서, 자가 격리 수험생은 별도 시험장 5곳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다. 수능 당일 발열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은 일반 시험장 50곳에 따로 마련된 시험실에서 응시한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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