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글로벌 수출시장 개척을 강조하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한데 이어, 일본이 주도하고 미국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CPTPP에 적극 참여해 미중 갈등 속 무역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CPTPP 가입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올 한해 고군분투한 무역인들을 격려한 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신남방, 신북방 국가를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겠다”면서 “지난달 최종 서명한 세계 최대규모 다자 FTA RCEP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이스라엘과의 FTA를 마무리 짓고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과의 FTA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와 진행 중인 서비스 투자 FTA 협상을 통해 한류 콘텐츠 수출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확대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메르코수르, 멕시코 등의 태평양 동맹과도 협상을 가속화해 거대 중남미를 더욱 가까운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CPTPP’ 가입을 처음 언급하면서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가 힘든 한해였다”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위기 속 수출 시장을 지킨 무역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간 이동이 봉쇄되어, 한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몇 곱절의 노력이 들었다”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멈추고 컨테이너선이 부족해 황급히 새로운 공급처와 운송망을 찾는 일도 많았다”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대한민국 무역은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면서 “세계 7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 수출의 기적 같은 회복력은 K-방역의 성과와 함께 우리 경제가 3분기부터 반등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전통적 수출 주력품목들에 이어 우리 수출의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한 것을 두고 “더욱 희망적이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어온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 모두 큰 폭의 수출증가를 이룬 것이 특히 반갑다”면서 “11월까지의 실적만으로도 바이오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처음으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던 1964년이나,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던 2011년에 못지않게 어려움 속에서 매우 값진 성과를 이뤄낸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무역의 체력을 더욱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면서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신기술을 결합시켜 혁신하고, 소재·부품·장비의 완전한 기술자립으로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무역의 체질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정부 역시 ‘그린 뉴딜’을 통해 저탄소 경제를 향한 우리 수출기업의 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무역’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수출 플랫폼을 육성하고, 무역금융부터 통관, 법률상담에 이르기까지 수출 지원시스템을 디지털 무역 시대에 맞게 전면 개편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흔히 국제무역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부르지만, 무역의 시작은 ‘함께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면서 “국제무역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무역’을 통해 무역 상대국과 호혜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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