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한 영국 등에서 일부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백신 도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약품이나 음식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전력이 있는 사람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후 2건의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됐다. 아나필락시스는 음식·약물·백신 등 외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백신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다. 항원·항체 면역반응이 원인이 돼 기침·호흡곤란·의식불명·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의식을 잃기도 하는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일어나면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응급실로 달려가 에피네프린 주사 등을 투약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준 레이 MHRA 청장은 “백신·의약품·식품에 대해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는 사람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는 9일(현지 시간) 화이자 백신 임상에서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 사례가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 결과 약물을 투약한 2만 1,720명 가운데 4명에게서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미 보건 당국은 “임상 결과가 보통의 안면마비 유병률에 못 미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임상 중 가짜 약을 투약한 사례에서는 안면마비 증세를 보인 참가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을 마치지 못한 상태로 미국에서는 연내 연방 정부의 허가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지난달 23일에는 더 적은 용량의 백신을 투여한 그룹의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는 3상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방역 당국은 미국 승인과 관계없이 국내에서는 도입이 지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목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안전성·유효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독립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미국이 승인을 안 했다고 국내에서도 안 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국내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의 비임상 시험 자료만 제출한 상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면 편익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승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영탁·맹준호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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