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박스피’를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고, 기업 지배구조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바이오·인터넷 등 코스피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높아진 점도 지수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10일 노무라증권은 미디어 콜을 통해 내년 코스피는 기존 전망치인 2,850선을 넘어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월 노무라증권은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2,850선으로 제시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여부에 따라 추가 상승 여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전무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높은 효과에 글로벌 증시는 안도랠리를 이어왔다”며 “접종이 시작되고 안정성 관련 불확실성이 축소되면 상승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전일 경제 3법이 통과되며 디스카운트 핵심인 기업경영이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서에서 노무라증권은 한국 증시를 완벽한 ‘바벨 마켓’이라고 표현했다. 코스피 시장 내 믹스 조정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가치’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한 것이 핵심이다.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 섹터의 경우에도 이미 주가는 저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예로 은행주의 경우 주가는 낮지만 배당은 은행이자의 3~4배 수준인데다 망할 리스크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은행예금보다 은행주를 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향후 한국 증시를 이끌 메가 트렌드로 4차산업혁명(반도체·인터넷·자동차 등)과 바이오, 신재생에너지를 꼽았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국내 CMO(위탁생산) 업체들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3사와 현대차 등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피 기업들이 성장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코스피 마켓캡의 50%는 성장 섹터로 분류된다. 정 전무는 “역사적으로 산업 내 대전환이 일어날 때 후발 업체에도 기회가 있었다”며 “한국의 CMO 업체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업계의 TSMC처럼 성장할 수 있고, 전기·수소차 시대에는 현대차가 독일 등 업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철강·화학 등 경기민감 섹터의 회복으로 내년 이익증가가 예상되는 점도 코스피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전무는 “최근 유동성 증가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등 이례적인 경제상황에서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시대는 끝났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도 지속되며 당분간 저금리와 지수 고평가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무라증권은 최선호주로 삼성전자(005930), LG화학, 네이버(NAVER(035420)), 기아차(000270),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을 꼽았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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