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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바보들의 행진

■ 서울경제 논설고문·백상경제연구원장

검찰 독립성·중립성 보장 뒷전인 채

견제 장치 없는 공수처 만들기 혈안

기업규제 3법에 부동산 무리수까지

정책폭주 제동 국민이 나설 때 됐다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1685년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는 낭트칙령 폐지 조치를 내렸다. 87년 전 자신의 할아버지인 앙리 4세가 가톨릭교와 개신교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포했던 칙령을 버리고 위그노 교도에 대한 박해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당시 프랑스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가톨릭교도들 사이에서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어리석은 것이었다는 게 판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랑스는 끊이지 않는 위그노 교도들의 반란을 진압하느라 국력을 소모해야 했다. 게다가 20만 명에 달하는 직물·제지 장인과 은행가·상인 등이 영국·네덜란드·독일 등으로 빠져 나가버렸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훗날 사상가 볼테르는 이를 ‘프랑스 역사상 최대 참화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 속에서 독선적인 결정이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주만 공격을 감행했다가 패전한 일본이나 1차 대전 때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라는 무리수로 미국의 참전을 초래한 독일도 마찬가지다. 1차 세계대전을 다룬 ‘8월의 포성’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버라 터크먼은 수천 년 동안 되풀이되는 이 같은 잘못된 정책 과정을 ‘바보들의 행진’이라 불렀다.

이 어리석은 행진이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거대 여당을 앞세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책 폭주를 감행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정권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내기 위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정부는 ‘검찰 개혁’을 구실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가장 큰 임무가 뭔가. 그건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단죄하는 것이다. 검찰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울산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를 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사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윤 총장을 쳐내기 위해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검찰 통제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는 공수처라는 괴물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공수처가 왜 위험한가.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는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신들이 약속했던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까지 무력화했다. 이는 정권 관련 수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검찰 개혁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 조직이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한데 검찰이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공수처라는 괴물을 만들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폭주하는 것은 과거 독재 정권에서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정권의 독선과 아집이 잘못된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도 무더기로 통과됐다. 여기에는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하면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규제 3법과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등도 포함돼 있다. 하나같이 기업 발목을 잡는 악법들이다. 규제 3법이 시행되면 과거 소버린 사태에서처럼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에 휘둘리는 일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기업들의 발을 묶어놓고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가. 부동산 정책도 공급 확대라는 정공법 대신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헛다리 짚는 대책 때문에 전국이 투기장이 됐다.

터크먼도 말했듯이 어떤 정책이 국가에 해가 된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최고의 통치다. 누가 봐도 무리한 정책을 계속하면 결국 국민들만 골병이 들 뿐이다. 이념에 사로잡힌 정부의 위험한 정책 폭주를 멈춰 세우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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