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연출 윤성식 / 극본 박계옥·최아일)가 호평과 함께 출발했다. 시대도, 성별도 뛰어넘어 조선시대 중전 몸에 불시착한 문제적 영혼의 기상천외한 궁궐 생존기로 웃음을 난들어냈다.
세상 둘도 없는 ‘저 세상’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한 신혜선, 김정현의 코믹 시너지는 압도적이었다. 유쾌한 웃음과 긴장감을 절묘하게 넘나든 감각적인 연출, 재치 넘치는 대사와 쉴 틈 없이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전개는 배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지며 퓨전 사극 코미디의 묘미를 제대로 선보였다.
이날 방송은 청와대 셰프 장봉환(최진혁 분)의 이상한 하루로 시작됐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허세도 충만한 장봉환은 모두의 시기 대상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장봉환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누군가의 덫에 걸려 파면도 모자라, 식자재 비리 정황으로 수사까지 받게 된 것. 형사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장봉환은 예기치 못하게 수영장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물속에서 살고자 발버둥 치는 장봉환의 눈앞에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자신에게 헤엄쳐 다가오는 신비스러운 여인의 입맞춤을 받고 깨어난 장봉환.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시대, 그것도 중전 간택을 받은 김소용(신혜선 분)의 몸에 영혼이 갇혀버렸기 때문. 몸의 어딘가 허전함을 느낀 그는 상실감에 절규했고, 현대로 돌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폭소를 유발했다.
호수에 빠져 의식이 없다가 눈을 뜬 중전의 ‘저 세상 텐션’에 궁궐은 발칵 뒤집어졌다. 장봉환의 영혼이 깃든 김소용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권력 다툼의 중심에서 김소용과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던 철종(김정현 분)도 마찬가지. 괴이한 행동거지로 궁궐을 휘젓고 다니는 김소용의 달라진 태도에 그 의중을 파악하고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중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대신들의 말에는 허허실실 넘어가는 철종의 모습은 그의 비밀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한편, 김소용의 몸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장봉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이 곧 중전이 될 몸이라는 것. 가례식과 이어질 합궁 소식에 아찔해진 그는 “나 사실은 남자야”라는 충격 고백까지 날리며 필사적으로 철종 설득에 나섰으나, 그저 정신줄 놓은 중전으로 보일 뿐이었다. 대망의 첫날 밤,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김소용은 철종을 술로 쓰러트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술을 부르는 ‘흥폭발’ 게임에도 시큰둥하던 철종은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최후의 방법으로 목울대를 쳐 기절시키려는 김소용을 피해 기습적으로 그를 품에 안은 철종의 ‘심쿵’ 엔딩은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철인왕후’는 시작부터 퓨전 사극 코미디의 진가를 발휘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엄격한 규율 속에 살아가는 중전 몸에 현대의 혈기왕성한 남자의 영혼이 깃들어 벌어지는 엉뚱한 상황들은 신박한 웃음을 가져왔다. 배우들의 환상의 티키타카는 ‘저 세상 설정’에 재미와 설득력을 배가시키며 찬사를 이끌었다. 유쾌한 웃음 가운데, 궁금증을 유발하는 비밀 코드들도 곳곳에 배치돼 텐션을 더했다. 호수에 빠져 생사를 오갔던 김소용, ‘두 얼굴의 임금’ 철종도 모두 비밀을 안고 있다. 영혼체인지가 된 김소용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상태. 하지만 가례식에서 의문의 가슴 통증과 함께 스쳐 간 싸늘한 철종의 모습은 장봉환의 기억은 아니다. 김소용이 호수에 빠진 이유, 그리고 후궁 첩지가 내려진 조화진(설인아 분)에게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쇼윈도 부부’ 김소용과 철종. 중전의 영혼 체인지가 두 사람의 관계는 물론, 궁궐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이들의 궁궐 생존기를 기대케 만든다.
한편,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 2회는 오늘(13일) 밤 9시에 방송된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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