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필요한 분들을 위해 써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지만 자신보다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정성껏 모은 쌈짓돈으로 성금 등을 기부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각 지방정부에 따르면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소속으로 1년짜리 계약직으로 근무한 20대 A씨는 퇴직금 일부를 성금으로 건넸다. 몸이 약간 불편한 그는 올 한해 장애인 등 전용주차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계도하거나 다른 곳으로 주정차를 안내하는 업무를 맡았다. 계약만료를 앞둔 최근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A씨는 “얼마 안되지만 퇴직금을 받게 됐다”며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와 퇴직금의 일부인 성금 20만원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A씨의 소중한 마음이 지역에 퍼져 이번 겨울이 더욱 따뜻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도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보호받고 있지만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전달하는 어르신들도 줄잇는다. 왼 손목이 절단된 장애인인 77세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는 울산 중구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돈 뭉치 2개를 전달했다. 돈 뭉치는 5만원권 40장과 1만원권 100장 등 총 300만원이었다.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 유공자로, 그동안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참전수당과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을 모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할아버지는 “평소 국가의 혜택을 받은 만큼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남동마을에서 거주하는 김정자(78)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해 조금씩 모아둔 500만원을 기탁했다. 김 할머니는 “결혼 이후에도 생활이 어려웠으나 우연히 알게 된 분의 도움과 배려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약소하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익명의 기부자는 앞서 모금회에 1년 간 모은 현금 4,642만7,270원과 손편지를 전달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은 성금을 전달하는 사례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의 한 어린이집 원아들은 지난 한 달 동안 고사리손으로 한 푼 두 푼 모은 저금통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급회에 기부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자영업자와 단체 등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백암면 백암민속오일장상인회는 저소득층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매년 연말에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부산 중구 아리랑거리 먹자골목 상인회는 중구청을 방문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충남 예산군 소재 상록인쇄사 이기형 대표는 이웃돕기성금으로 200만원을 기탁하며 “조그만 인쇄업체를 운영하지만 나부터 솔선수범하자는 생각이 들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성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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