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4일(현지 시간),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희망과 함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38만 8,504명, 누적 사망자 수는 30만 26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난 2월 6일부터 312일 만으로 CNN은 하루 평균 961명씩 사망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가을·겨울철로 접어든 가운데 가족·친척이 모이는 추수감사절 이후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1월 한 달 사망자만 5만 명을 넘었고 지난주에는 하루 평균 2,403명이 희생돼 40초마다 1명씩 숨진 셈이 됐다.
미 정부가 이날 의료진과 장기 요양 시설 노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 장관은 일반인에 대한 접종이 내년 2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NBC 방송에 출연해 “2월 말에는 (일반 대중의 접종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있으면 2월 말까지 1억 개 분량을 주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2,000만 명, 내년 1월 말 5,000만 명, 2월 말 1억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자 장관은 또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월에 승인한다면 상당 양의 추가 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2월 말, 3월에는 사람들이 CVS·크로거·월그린·월마트로 향하는 독감 접종 캠페인처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화이자 및 모더나와 각각 백신 1억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한 미 정부는 화이자에 1억 회분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추가로 1억회 투여분을 요청했으며 (내년) 2·4분기에 추가 물량을 원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대부분을 3·4분기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2·4분기에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경우 3~6월 백신 공백기(백신 절벽)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도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이 결정되면 즉시 600만 회분에 달하는 물량을 출고할 계획이라고 CNBC가 전했다. 이는 미국에서 1차 보급이 개시된 화이자 물량(약 290만 회분)보다 2배 많다. FDA는 17일 긴급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자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18일께 긴급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미국 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52)였다.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 장관 대행도 이날 워싱턴DC 인근 월터리드 군 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첫 접종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이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이라는 보도에 비판 여론이 일자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최일선 근로자가 먼저 접종할 것”이라면서 백악관 상황실과 의회의 일부 인사들이 백신을 조기에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상황실은 백악관 벙커에 있는 고도의 안보 시설로 국가 안보 요원들이 24시간 배치돼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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