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농협과 농업 연구 기관 등에 따르면 매년 기상이변이 잦아지자 농민들이 재해보험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보험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않아 불만이 일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농업 선진국은 재해보험 상품의 가입 단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자기 부담 비율의 선택 범위도 넓어 가입자는 보험료 지급 수준에 맞춰 보장 범위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도 올해 농작물 재해보험이 도입 20년을 맞으며 농업인의 가입이 늘고 보험 가입 금액과 지급 보험금이 각각 20조 원, 1조 원을 돌파해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보험 가입 단위와 자기 부담 비율 등 상품 운영이 제한적이어서 각 농가가 상품별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적정한 보험에 가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에 농가 소득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재해보험의 의미가 있다”며 “농가 경영 규모나 보험료 부담 능력 등 가입자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상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해보험의 보험료율이 현행 시·군 단위로 책정돼 보험료 부과 체계가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보험료율은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로 요율이 높으면 보험료가 오른다. 특정 시·군에 태풍 등 재해가 닥쳐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읍·면이나 농민도 있는데 이들까지 보험료가 덩달아 오르게 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군 단위로 보험료율을 적용해 최근 재해가 발생했던 지역에서는 신규 가입자의 부담이 높아져 장애물이 된다”며 “보험료 책정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 역시 재해보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일부 고위험 가입자에게 보험료 지원과 보험금 지급이 쏠려 재정 지원의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순보험료 상위 5% 농가에 지원된 보험료 지원금은 전체의 40%인 1,000억 원에 달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