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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대웅제약 모두 '절반 승리'...끝나지 않은 균주 전쟁

美 ITC, 나보다 미국 내 21개월 판매 금지로 최종 판결

기존 10년에서 대폭 완화...'균주 영업기밀 침해' 불인정

메디톡스 "유죄 인정" vs 대웅 "균주 시비거리 아냐"...엇갈린 반응

업계 "소송비용 400억...항소할 경우 양측 모두 패자"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에 대해 21개월 간 미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대웅제약은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기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제조 공정 기술과 관련한 메디톡스의 잘못된 주장은 일부 수용했다”며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인 기술을 침해한 것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ITC가 지난 7월 나보타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판매금지를 결정했던 예비판결에 비해서는 대폭 완화된 결정을 내리면서 “소송은 대웅제약이 졌지만 내용은 사실상 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ITC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불공정 무역을 다루는 규정인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 간 수입 금지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ITC는 나보타 미국 수입은 물론 현지 판매사인 에볼루스가 보유한 재고도 21개월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로써 메디톡스가 지난해 1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일부를 도용해 나보타를 제작했다”며 ITC에 제소한 후 2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은 일단락 됐다.





보툴리눔 균주는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로 국내에서는 주로 미용 성형 시술에 쓰인다. ITC는 메디톡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나보타 수입을 10년 간 금지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이의를 제기하자 4개월 여의 재검토를 거친 후 입장을 바꿨다. ITC는 이번 최종 결정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인 제조공정 기술을 침해한 것은 맞지만, 균주의 영업 기밀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웅제약 측은 이에 대해 “ITC가 재심사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가 영업기밀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 예비판결을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이 대웅제약의 제조공정과 일부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침해를 증명할 수는 없다”며 “(항소하면)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이런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허위로 확인됐다”며 “ITC가 대웅제약의 유죄를 확정한 만큼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같은 사안으로 경찰에 진정서를 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다시 민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모두 이번 ITC 최종 결정이 자사에 유리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던 대웅제약이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약 10년 혹은 무기한 미국 내 판매금지 결정이 났다면 대웅제약의 미국 사업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아야 하며 현지 판매사인 에볼루스로부터 대규모 소송도을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C가 예비판결 보다 훨씬 가벼운 21개월 미국 내 판매금지를 결정한 만큼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면서도 “대웅제약은 예비판결 확정 시 회사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을 정도였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반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그동안 지출한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국 누구도 이기지 못한 싸움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웅제약은 지난 3·4분기까지 소송에 280억원 가량을, 메디톡스는 200억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소송비용과 기회비용을 통해 메디톡스는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을 인정받지 못했고, 대웅제약은 21개월 간 미국에서 나보타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며 “국내에서는 소송을 이어가기 보다 양측이 협의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업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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