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셀' 기승...급성장한 LP 시장의 그림자

뉴트로 트렌드 맞물려 제2 전성기

올 판매량 73% 급증 발매량도 늘어

대부분 한정판 발매에 매진 잇따라

배송전 중고시장 웃돈 거래 다반사

일부 가수 선구매 방식 제작하기도

김동률 라이브 앨범 ‘2019 오래된 노래’ LP. 예약판매 매진 후 고가에 중고로 올라오자 추가 제작을 결정했다. /사진제공=뮤직팜




#“라이브 앨범 LP가 예약판매 시작과 동시에 소진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배송도 시작하기 전에 꽤 많은 수량이 중고 시장에 고가로 올라와 있더군요.”

가수 김동률이 지난 6일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발매한 라이브 앨범 ‘2019 오래된 노래’의 LP를 추가 제작한다고 알리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앨범의 LP 버전은 지난달 25일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곧바로 중고 판매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다. 한정판 제품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 시장이 열린 것이다. 김동률은 “비정상적인 리셀링 현상으로 인한 소요가 매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김동률의 사례는 최근 몇 년 사이 화려하게 부활한 국내 LP 시장의 명암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1960~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LP는 국내 음악 시장의 중심이 CD에서 음원으로, 다시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이동한 와중에 소리 없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부피가 크고 관리도 까다롭지만, 소장용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전반적인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트렌드도 옛 감성을 자극하는 LP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국내 LP 시장 규모를 집계하는 통계는 없지만 LP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예스24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LP 판매가 전년대비 7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가요 분야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2.4%나 급증했고, 발매 LP도 34종 더 늘었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가요 LP인 백예린 1집 ‘Every letter I sent you.’ . /사진제공=예스24


매진 사례도 이어졌다. LP는 재고 처리와 단가 문제 때문에 소량을 한정판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LP로 발매된 이소라의 2004년작 6집 ‘눈썹달’은 3,000장이 1분 만에 소진됐고, 듀스의 베스트 앨범 ‘듀스 포에버’도 매진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10월에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정규 1집 ‘THE ALBUM’의 LP를 발매해 1만8,888장을 모두 팔았다. 최하나 예스24 아티스트 사업팀 LP 담당 MD는 “MZ 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LP 음반 판매량이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20~30대 팬덤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음반 발매를 준비하고 있어 만큼 향후 LP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6집 ‘눈썹달’ LP는 온라인 중고몰에 40만원에 올라왔다. /네이버 캡처




하지만 시장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는 그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한다. 한정판의 가치를 역이용해 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중고시장에서 재판매하는 리셀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정판으로 발매됐던 가요 LP들은 어김없이 미개봉 상태로 중고 온라인숍에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 정상 판매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이다. 13만 원에 출고됐던 이소라의 ‘눈썹달’ LP는 최대 40만 원에 중고 숍에 올라왔으며, 백예린 1집 LP는 최고 25만 원, 김동률의 라이브 앨범도 24만 원에 거래된다. 2014년 나온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LP는 6년이 지난 올 5월 중고시장에 200만 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일부 가수들은 LP를 여유 있게 제작하되 미리 주문을 받은 만큼만 만드는 ‘선구매’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앞서 가수 이승환은 ‘Fall To Fly’ 앨범의 LP를 선주문 방식으로 추가 제작했다. 가수 이적도 최근 발매한 6집 ‘Trace’의 LP를 추가 제작하면서 선주문 후제작 방식을 택했다. 소속사인 뮤직팜 관계자는 “선주문 방식은 주문 수량을 모두 파악한 후 LP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배송 완료까지 최대 석 달은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는 않는다. 정말로 소장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최근 3년간 장르별 LP 판매량 증가율 (단위 : %)

클래식 가요 총계
2018년 37.9 12.4 19.2 26.8
2019년 36.6 17.9 -10.6 24.0
2020년 53.1 8.8 262.4 73.1
*자료 : 예스24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