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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디캠프 "의사 출신 창업 과학자가 나라 먹여 살릴 것"

미국·이스라엘 등 세계 흐름은 의대와 이공계 융복합 창업

IMF 이후 의대 쏠림 심화...의과학자와 창업자 많이 키워야

디캠프, 서울의대에 작년 가을 혁신과 기업가정신 과목 개설

미니 디데이에 서울의대 재학생·졸업생 5팀 출전 자웅 겨뤄

신찬수(오른쪽에서 여섯번째) 서울의대 학장과 김홍일(// 일곱번째) 디캠프 센터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SNU Medical Dream of Nobel Prize and Start-up 2020’에서 창업했거나 추진 중인 서울의대 졸업생과 재학생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 살을 에는 강추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의대에서 보기 드물게 학술대회와 창업 경진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노벨상(생리의학상·화학상)과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학회에서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교수(의사) 출신으로 200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론 시카노버 서울대 초빙 석좌교수 등의 발표에 이어 서울의대와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준비한 창업 미니 디데이가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50인 이내로 참석자를 제한하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서울의대 미니 디데이는 창업을 했거나 희망하는 서울의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참여했다. 디캠프는 서울대 의학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병원 실습 전인 의대 본과 2학년생을 대상으로 20명 이하 정원으로 1학점짜리 ‘혁신과 기업가정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시대 갈수록 시장이 커지는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자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재영 서울대 의학연구원 부원장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의대에서 훌륭한 의사를 키워내야 한다”며 “동시에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 창업자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IMF 외환위기 이후 최근 20여년 간 의과대학으로 우수 인재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의뿐 아니라 의사과학자(의과학자)를 키워 영향력이 큰 기술기반 창업을 유도하려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정부는 지난 8월 지방 의사와 공공의료 부족을 해결하고 의과학자를 키우기 위해 연간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늘리려다가 의료계의 집단휴진(파업)에 부딪혀 유보한 바 있다. 물론 의과학자 확충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세계적인 추세가 의대와 이공계 등이 융복합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을 하는 것”이라며 “부모들도 의대생 자녀들이 창업해 인류에 기여하고 국부를 늘리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국내 의료기술과 서비스는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름 발달했지만 바이오·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할 의과학자 양성이 매우 부족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사는 의대 예과 2년, 본과 4년의 교육과정을 마칙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일반의 면허가 나오는데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까지 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의사 중 의과학자를 희망하는 비율은 1%정도밖에 안되고 그나마 풍부한 임상 수련 경험이 있는 의과학자는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 겸 서울대 의학연구원장은 “서울의대에서 훌륭한 의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초의학 연구로 노벨상도 받고 창업도 많이 해야 한다”며 “서울의대 교수가 500여명 가량인데 요즘은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출신인 유정주 순천향대 의대 교수가 의학논문 에이전시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니 디데이는 예심을 거쳐 의대 학부생부터 전공의, 전문의까지 5팀이 선보였다. 1위를 한 리서치팩토리는 서울의대 출신 유정주 순천향대 의대 교수가 의학논문을 쓰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경험에 비춰 지난 5월 창업한 의학논문 전문 에이전시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저널 출판을 위한 논문 자동 형식 변환, 구독형 임상연구 자료 수집 시스템(eCRF)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 교수는 “바쁜 내과의로 살면서 연구 논문까지 작성하는 게 상당히 팍팍했다”며 “아이디어가 있는 의사에게 데이터 정형화 작업을 도와줘 논문 쓰는 시간을 줄여주고 있다. 다만 데이터 조작 느낌이 드는 사례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 자료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데 입소문을 타고 의사들의 의뢰가 늘고 있다”며 “국내 2위 의사전문 커뮤니티(라임소사이어티)와 합쳐 의료전문 플랫폼으로 키워 의사 간 의료자문 서비스를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위를 한 SOOP(숲)은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김민지 대표가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정신 건강 셀프케어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일기를 보고 기분 추적과 감정 인식을 하면서 매주 20문항 테스트를 통해 정신건강을 파악한다”며 “앞으로 프로그램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헬스케어 기기와 연동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수술 중 저혈압을 감지하는 서비스를 소개한 DS DOC(대표 신동진 서울대 의예과 2학년),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에서 공유자 유래 골수 종양을 막기 위해 혈액암 연관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유전자 패널을 개발한 SNU헤마랩(대표 윤지원 전공의·서울대 의대 검사의학 박사과정), 수면 패턴을 분석해 숙면을 위한 코칭 서비스를 구상하는 마쉬멜로(대표 이재영 서울대 의예과 2학년)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커피숍인 스타벅스가 처음에 투자사한테 투자받는 데 400여건의 피드백을 받았다”며 “현실과 학문세계의 차이가 큰데 현실에서 부딪히는 것을 좀더 파악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실장은 “창업자는 존경 받아야 한다”며 “용기를 갖고 몰입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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