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한 지 일주일 만에 두 번째 백신 접종에 나선 것으로 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겨울철을 맞아 확산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 코네티컷주의 한 병원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AFP통신은 “코네티컷 하트퍼드 헬스케어의 간호사 맨디 델가도가 모더나 백신을 최초로 맞은 사람이 됐다”고 전했다. 이 장면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가운데 델가도는 “백신을 맞게 돼 흥분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주 화이자 백신 200만 회분, 모더나 백신 590만 회분 등 총 790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배포할 계획이다.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 사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브렛 지로어 미 보건부 차관보는 20일 미국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존슨앤드존슨이 소유한 제약 업체 얀센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가 내년 1월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조만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민 70% 이상이 백신을 맞을 경우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백신 접종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 접종에 나섰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뉴어크의 크리스티아나 케어에서 백신을 맞았으며 이는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백신은 최초 접종 3주 후에 두 번째 주사를 맞아야 한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내년 1월 11일 전후에 추가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당선인과 시차를 두고 접종하라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에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 건물에서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으며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도 접종을 마쳤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22일 모더나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다만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 시각 22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847만 3,716명으로 2,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 1,700만 명을 넘긴 지 나흘 만에 100만 명이 늘었다. 누적 사망자도 33만 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은 겨울철 3차 대유행에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여행과 모임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8일부터 사흘 동안 모두 320만 명의 여행객이 미국 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현실화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코로나19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연휴에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올 수 있고 지속적으로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규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