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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제거 안전성 UP...'질식 하이푸 시술' 시대 열린다

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하이푸 치료기' 효과·안전성 확인

근종 4~5㎝ 거리서 초음파 치료

신경 마비·불임 등 부작용 없어





복부와 자궁근종 사이에 장, 허리쪽 신경이 있거나 근종이 골반 깊숙한 곳에 있으면 복부에서 고강도 초음파를 쏘아 근종 부위에 높은 열을 가해 괴사시키는 ‘복식 하이푸’(HIFU·고강도 집속 초음파) 시술을 하기 어려워진다. 장에 구멍이 생기거나 신경이 손상돼 통증·마비가 올 수 있어서다. 이런 환자가 20~30%가량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자궁근종 환자 가운데 상당수도 하이푸 치료기의 프로브를 자궁과 가까운 질 안으로 넣어 4~5㎝ 거리에서 고강도 초음파를 쏴주는 ‘질식(질 경유) 하이푸’ 치료기를 이용해 안전하게 시술하는 시대가 열린다.

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재영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기업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 세계 첫 개발한 자궁근종 치료용 질식 하이푸 치료기로 2017~2019년 생리통 등이 심한 자궁근종 환자 13명을 시술한 뒤 효과·만족도·안전성 등을 평가했다. 환자들은 치료 당일 또는 다음 날 퇴원했고 1개월·3개월 뒤 경과관찰을 받았다.



시술 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측정한 자궁근종 괴사율, 즉 비관류 용적률(근종이 치료돼 피가 통하지 않는 부피)이 76%로 추정돼 기존 복식 하이푸 치료와 비슷했다. 치료 전후 자궁근종으로 인한 증상 정도는 67점에서 33점으로, 생리통은 51점에서 21점으로 개선됐다. 건강 관련 삶의 질은 41점에서 73점으로 향상됐고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국내 기업이 세계 첫 개발한 자궁근종 질식 하이푸 치료기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보다 정밀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자궁근종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보다 다양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질을 통해 접근하면 복식 하이푸 시술이 어려운 자궁근종도 치료할 수 있다”며 “근종 부위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 정밀하게 초점을 맞춰 치료 범위를 설정하고 훨씬 적은 에너지로 근종을 괴사시키므로 합병증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복식 하이푸 치료기의 출력은 500와트(W) 이상인 반면 이번 임상 연구에는 40W의 저출력 초음파가 사용됐다.



김 교수는 “복식 하이푸 치료기는 크고 복벽 가까이에 있는 자궁근종, 질식 하이푸 치료기는 근종의 크기가 5㎝ 이하로 작고 질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자궁근종 치료에 적합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질식 하이푸 시술 환자가 복식 하이푸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유럽 산부인과 생식의학회지’(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and Reproductive Biology)에 발표됐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세포가 자라 형성된 양성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의 50%가량에서 발견된다. 작을 때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큰 경우에는 생리나 임신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종이 커질수록 심한 생리통과 생리량 과다로 빈혈을 초래하고 자궁을 변형시켜 불임, 반복적 유산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방법은 크게 수술적 치료와 하이푸 등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치료 측면에서 근종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다만 근종이 크거나 여러 개면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신마취 등 부담이 따른다. 수술 후 여성호르몬 불균형, 불임 등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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