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년 10개월 동안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변론이 30일 종결된다.
유죄로 인정된 뇌물액이 50억원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주로 양형을 두고 다퉈왔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놓고서도 첨예하게 맞섰다.
첫 재판 이후 1년여간 사건을 끌어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선고 공판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30일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에 앞서 이 부회장의 양형을 놓고 고심을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같은 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부회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이듬해 2월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본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50억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사실상 양형 판단만 남은 상황에서 재판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특검이 이에 반발해 재판부 변경을 요청했고, 해당 기피 신청 사건이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되면서 파기환송심은 약 9개월간 지연돼 지난 10월에야 재개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이를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 있는지가 파기환송심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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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2심의 형량인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보다 형량이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이하 선고 사유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관건은 준법감시위를 비롯한 감형 사유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와 뇌물 공여 의사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등이다.
준법감시위가 ‘진지한 반성’이라는 감형 요소로 인정되면 집행유예 선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이 부회장의 노력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가 ‘총수가 두려워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측은 ‘대국민 사과’ 등을 들어 실효성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자 전문심리위원까지 구성해 실효성 검증에 나섰으나 그 구성이나 검증 기간, 평가 결과 등을 놓고서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다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유일한 양형 요소도 아니며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한 상황이고, 실효성과 양형 반영 여부 등은 재판부가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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