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착하게 살자

한기석 논설위원

힘들게 산 자영업자에 도움 주려면

결제 미리 하고 임대료 깎아주면 돼

구매확정 버튼 온라인 소상공인 혜택

이웃 위해 적극적으로 착하게 살 때





겪어보지 않은 전쟁을 제외하면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나보다 더 어렵게 산 사람들 말이다. 그래도 나는 임금이 끊기지는 않았다. 정해진 임금을 깎이지 않고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삶이 불편해졌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거리 두기가 생존의 문제였다. 영업시간이 줄어든 곳은 매출이 주저앉고 일정 기간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은 당장 하루를 버티기도 버거웠다. 수도권의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는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니 거리 두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올해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

올해 삶이 가장 고달팠던 사람은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덜 고달프게 산 이웃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뭐가 있을까. 착한 선결제인이 첫 번째 떠오르는 답이다. 서울시는 지난 28일부터 1,000억 원 규모의 ‘선(善)결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 상품권을 구매해 선결제에 참여하는 업소에 건네주면 업소는 그 즉시 매출이 발생한다. 한창 힘든 지금 그런 정도도 보탬이 될 것이다. 상품권을 9만 원어치 살 때 11만 원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착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다. 경남 진주에서는 단체나 모임 차원에서 선결제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식비 예산 등을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카페 등에서 선결제한 뒤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면 사용할 예정이다.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할 수 있다. 동네 단골 가게에 목돈을 미리 결제하면서 “많이 힘드시죠. 열 번 올 거 미리 드릴게요” 하면 가게 사장님이 얼마나 고마워할까.

작은 상가라도 하나 있다면 착한 임대인으로 살 수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2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후 개인은 물론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 협약을 맺어 임대료를 낮추는 미담 사례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경우 세액공제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올리기로 했다.



임대료를 깎아줄 상가가 없고 선결제할 돈이 없다고 좌절할 것은 아니다. 착한 구매인이라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당연히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지만 온라인 가게에서 상품을 파는 소상공인도 그에 못지않게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들에게는 매출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상품을 팔아도 돈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 게 고민이다. 많은 온라인 소상공인은 11번가·쿠팡·G마켓 같은 대형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판다. 이들이 판매 대금을 받으려면 구매자가 상품 이상 유무를 확인한 다음 구매 확정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구매자는 상품을 받으면 그뿐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 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1주일 뒤 자동 구매 확정으로 넘어가 비로소 판매 대금이 판매자에게 넘어간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면 3일 만에, 누르지 않아 자동 구매 확정으로 넘어가면 9일이 지나야 판매자는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판매자는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팔 물건을 계속 사와야 하는데 9일간 자금이 묶이는 셈이다. 온라인 소상공인의 흑자도산이 생각보다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즉시 구매 확정 버튼만 누르면 착한 구매인이 된다. 식은 죽 먹기다.

9일간 묶인 자금은 대형 쇼핑몰의 통장에서 낮잠을 잔다. 이 기간 이자는 고스란히 대형 쇼핑몰의 몫이다. 낙전 수입이다. 대형 쇼핑몰이 자발적으로 자동 구매 확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줄여주면 소상공인의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착한 구매인에 더해 착한 대형 쇼핑몰까지 나선다면 온라인 소상공인이 기지개 한 번은 켤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두박근에 꼭 문신을 새겨야 착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찾아보면 방법은 많다. 새해에는 착하게 살자. hank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