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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다주택자 많아야 집값 안정된다···文 정부의 패착?[집슐랭]

‘다주택자=투기꾼’이란 정부의 전제 불구

주산연 "다주택자 많을 수록 집값 안정됐다" 연구

실거주 외 수요는 가수요 취급할 땐

적정 공급량 필연적 과소산정 우려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공급 기능도 오작동





다주택자는 투기꾼일까. 다주택자는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일까.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보고 있다. 문 정부는 2018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이 오른 것은 유동성을 업은 투기 수요가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투기 수요는 사실상 다주택자를 지칭한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대부분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들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의 성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집값 상승을 넘어 전세난에 따른 주거 불안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이자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보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다주택자가 늘어날 때 서울의 집값이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 마저 나왔다.

<“다주택자 누를수록 집값은 더 오른다”>

주산연은 최근 2021년 주택 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주택 매매가격이 전국과 서울 각각 모두 1.5% 상승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주산연의 이 보고서가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집값 전망 자체보다 오히려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를 분석한 대목에 있다.

주산연은 지난 10년 동안 아파트 가격 등락의 영향요인을 상관계수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 아파트값에 가장 큰 영향을 요인은 ‘수급지수(상관계수 -0.38)’ 였다. ‘경제성장율(0.28)’, ‘주담대증가율(0.25)’, ‘금리변화(-0.13) ’ 보다 수급 영향이 더 컸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라면 영향요인이 상승하면 가격은 하락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는 수급(-0.58)보다 다 주택비율의 영향요인이 -0.71로 더욱 크게 나타났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통틀어 다 주택비율이 가장 큰 상관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주산연은 보고서에서 “다주택 비율이 낮아질수록 아파트값 상승 폭은 매우 커질 수 있다”며 “이는 다주택 보유 억제가 집값 안정에 절대적이라는 투기억제론자들의 주장과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정부 정책 방향에 직격탄을 날렸다.

주산연은 시장경제체제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주산연은 과거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1가구 1주택 정책을 유지하다 독립 후 시장경제로 개방되자 주택 시장에 유통 가능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매매가와 임차료가 급증했던 전례를 들었다. 주산연은 “계약의 자유와 경기변동으로 주택수급이 불안정적인 특성을 갖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주택 수요를 1가구당 한 채로 추진하는 정책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집값 변동에 가장 큰 상관관계를 지니는 요인은 다주택비율 변화였다. 상관계수가 클 수록 집값과의 상관관계가 크고, 마이너스 상관관계는 역(逆)의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다주택비율이 많을 수록 서울 집값이 낮다는 뜻이다./자료=주택산업연구원


<투기의 기준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3대원칙은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이다. 투기수요를 근절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런데 정작 여태까지 정부는 과연 어떤 행위가 투기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정책에 빗대어 봤을 때 ‘실거주 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하거나 구매하는 수요자’는 모두 투기의 범주에 있다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상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투기꾼을 사실상 동일시하는 전제에서부터 정책의 오작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한국경제학회에 기고한 논문에서 정부의 투기 억제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투기’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본 이득을 노린 부동산 취득, 보유, 처분을 모두 투기로 본다면 전 국민의 부동산 활동이 투기가 된다는 지적이다.

도시계획분야에서 명예에 전당에 오른 학자인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현재 거주 목적 외의 수요를 모두 가수요로 보지만 자녀 진학이나 유학, 취업, 근무지 발령이나 복귀 등의 이유로 현재 거주하는 주택 외의 집을 사둘 수 있는데, 이를 모두 가수요로 볼 수는 없다”며 “실수요와 가수요의 이분법이 아니라 ‘실질수요’의 개념으로 수급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질수요를 가수요로 취급할 경우 필요한 공급량을 필연적으로 과소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누를 수록 전월세 시장 불안>

설령 실질 수요를 벗어나 100% 투자 목적의 주택 보유라도 전체 부동산시장에서 다주택자는 민간 임대 공급자라는 긍정적 기능을 갖는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 2,034만 여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45만6,266가구, 무주택가구는 888만6,922가구다. 집을 가진 가구와 무주택가구의 비율은 56:44다. 국내 가구의 44%는 임대 형태로 거주하고 고 대부분 개인 다주택자들의 주택을 임대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어느 나라 주택 시장이던 40% 내외의 가구가 임대주택을 소비하게 되고, 이중 공공 임대나 기업형 민간 임대를 제외한 60%를 개인 다주택자들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며 “국내의 경우 좀 더 많은 80%를 개인 다주택자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규정한 일련의 정책은 결국 집값 상승은 물론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책적인 선택은 전세제도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 임대시장과 매매시장 모두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악순환을 거듭하는 정책 실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방향 전환은 결국 민간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 보유자에게 씌워진 과도한 조세적 올가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하는 출구전략”이라고 호소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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