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입양된 후 양부모에게 9개월간 학대를 당해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인증 릴레이에 들어갔다. 특히 이 사건을 방치한 경찰을 겨냥해 “개혁해야 한다”며 경찰개혁요구까지 꺼냈다. 검찰의 수사권종결권을 가져간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한 후 자체적으로 종결하지 못하게 막자는 것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이 정치권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종인·안철수 “정인아 미안해” 분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진상 규명을 통해 이 사건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내려야 한다”며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법과 제도 정비는 물론 시스템 개선에도 정치권이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일어서서 ‘정인아 미안해’라고 자필로 적은 종이를 들어 올렸다. 유상범, 강민국, 황보승희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정인아 미안해’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릴레이 운동에 들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국가는 왜 필요하고 정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작년 9월에 소아과 의사의 주장대로 부모와 아동을 분리했더라면, 정인이는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野 “경찰은 뭐했나” 사회적 방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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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이 사태를 방치한 경찰을 질타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8월 양부모가 아동학대를 한다는 의심 신고를 받았지만,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양부모와 분리되지 않았고 결국 학대로 췌장이 절단돼 복부에 피가 찬 채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인 김미애 비대위원은 “아동학대 사건은 그때만 잠깐 관심을 받고 무수한 대책이 쏟아졌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정인이를 둘러싼 국가보호체계가 왜 그렇게 무심히 작동했나. 우리는 제도만 믿고 사회적 방임하고 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경찰, 사건 덮는다 “경찰개혁 하자” 맞불
더 나아가 비대해진 경찰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과거 음주상태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특가법이 아닌 단순 형법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도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고 수사를 끝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1월부터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가진 1차 수사종결권을 가져왔다. 경찰이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모두 가지고, 이처럼 자체적으로 덮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나온 것이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정인이를 학대한 양부모의 잘못도 크지만 막을 수 있었는데 방조한 경찰의 책임도 크다. 정부·여당은 검찰개혁보다 경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하지 않나. 향후 국회는 이와 관련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이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 종결하고 이용구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 등도 내사 종결했다”며 “이쯤 되면 정부·여당은 검찰보다 경찰 개혁을 먼저 주장할 수 있는데 침묵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경찰은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으나 양천경찰서 담당자는 매번 양부모를 무혐의로 처분했다”며 “아이가 죽어간다는 신고를 세 번이나 받고도 경찰은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 답변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웅 의원은 “정인이에 대한 3번의 신고가 내사 종결된 것과 이용구 차관의 사건이 내사종결된 것은 결국 나라가 비정상이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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