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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린 김창룡, "정인양 아동학대 수사 미흡" 뒷북 사과

숨진지 3개월 만에 공식 사과

양천경찰서장 대기발령 조치

경찰에 대한 불신 위기감 작용한 듯

추가조치 나왔으나 실효성 미지수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인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권욱기자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초동 대처 미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이 공식 사과했다. 학대 신고를 세 차례나 뭉갠 서울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정인 양이 숨진 후 3개월 만에 사과한 것인데 여론에 떠밀려 이뤄진 뒷북 조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날 발표한 후속 조치도 선언적 의미에 그쳐 실효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정인 양의 명복을 빌며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힌 지 이틀 만에 경찰 수장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인 것이다.

김 청장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됐지만 내사 종결 및 불기소 처분한 A 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대신 신임 양천서장으로 여성인 서정순 서울경찰청 보안2과장을 선임했다. 순경 공채 출신인 그는 서울 성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지냈다.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 공분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 이틀 만인 이날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새해 초부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 학대 대응 체계를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 즉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경찰청에 아동 학대 전담 부서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아동 피해자에 대한 반복 신고가 모니터링되도록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바탕으로 학대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현장에 경찰관이 적극적·선제적으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관이 아동 학대 범죄를 인지하거나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 아동에 대해 응급조치, 긴급 임시 조치를 한 경우 정당행위로 간주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면책 규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찰청은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문을 낭독할지 말지, 서면 자료로 대체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B 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촉발된 사건인데 당연히 경찰청장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편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진정서가 법원에 쏟아지고 있지만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기 전까지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인 양의 양부모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진정서를 재판 전에 보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부지법에 따르면 4일 정인이 사건 재판 관련 법원에 접수된 진정서만 150여 건에 달했고 5일에도 약 140건의 진정서가 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법원에 접수된 진정서는 총 678건이다.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한동훈·김태영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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