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설치 의무 방침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8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CCSA)는 전날 동선추적 앱인 '머 차나'(Mor Chana)를 스마트폰에 내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발각되면 처벌을 받는다고 밝혔다. '최대 통제 지대'로 설정된 사뭇사콘·뜨랏·라용·촌부리·찬타나부리 5개 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하다 앱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드러나면 징역 2년 또는 4만 밧(약 145만 원)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머 차나'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새로 도입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사용자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고 수집한다. 태국에서는 앞서 공공장소나 쇼핑몰 등에 출입할 때 등록에 사용되는 '타이 차나'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었지만, 스마트폰 설치가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특히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해당 앱을 다운로드받아 설치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인 전진당(MFP)의 랑시만 로메 의원은 CCSA 결정은 특히 가난한 이들과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에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고 온라인 매체 카오솟은 전했다.
수라퐁 세웁웡리 전 기술부 장관은 해당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또는 벌금형을 당하지 않으려고 확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오히려 숨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쭐라롱껀 법대 폰손 리엥분럿차이 교수는 앱 설치 강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자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잇따른 비판에 태국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정부 대변인은 머 차나 앱 설치가 어려운 이들은 대신 여행 이력을 기록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여행 일정을 검문소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행 이력을 고의로 숨겨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초래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쁘라윳 총리 역시 시민들에게 스마트폰에 이 앱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관리가 잘 이뤄진 국가로 평가됐지만, 지난 연말 방콕 남서쪽 사뭇사콘주 대형 수산시장 발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누적 확진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CCSA에 따르면 전날 305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9,636명으로 늘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