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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창출 못하면 ‘플랫폼 제왕’도 한순간에 추락…데이터·기술 잡아라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 판을 깔자]

<중> 끊임없이 가치 창출하라

/EPA=연합뉴스




#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이스페이스는 한때 페이스북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며 독보적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채 3년도 안 돼 유저들에게 외면당하며 설 자리를 잃었다. SNS 1위 사업자로 올라서자 수익 확보를 위해 팝업 광고를 늘려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것이 패착이었다. 페이스북은 그 틈을 파고 들었다. 유튜브 등 새로운 서비스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콘텐츠를 확대함과 동시에 기존 이용자·참여기업들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결국 ‘윈윈’(win-win)의 가치를 만들어낸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세계 1위 SNS 기업이 됐다.

세계를 호령하던 플랫폼 기업이 한순간에 쇠락하기도 하고 다른 플랫폼이 어느 날 갑자기 그 자리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 어느 시장보다 변화가 빠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플랫폼’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조건으로 가치(value) 창출을 꼽는다. 모든 디지털 경제가 플랫폼으로 수렴하는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기업과 기업, 기업과 개인 또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승강장 형태의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플랫폼에는 사람이 모이지도 머물지도 않는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일반 사업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고객 중심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가치 창출의 비밀은 고객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들은 어떻게 끊임없이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는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술을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플랫폼의 생존은 이용자들로부터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다시 가치를 제고하는 데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파이프라인(송유관)’ 형태의 기존 사업형태에서 플랫폼으로 비즈니스가 이행되는 과정의 핵심은 IT 기술과 데이터 경제”라며 “플랫폼의 가능성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인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다. 두 플랫폼은 각각 음원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르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우선 고객을 끌어모은 뒤 이를 수익화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에서 3억2,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음원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의 재생 이력 및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악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역시 이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 동영상을 제공하는 콘텐츠 추천·검색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제작 산업계와도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EPA=연합뉴스


◇새 서비스 개발 위한 M&A 치열=플랫폼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서비스에 신기술을 접목해 한 단계 진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체 기술개발보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영국의 인공지능(AI) 기술업체인 ‘딥마인드’를 인수해 자사 딥러닝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했다. 아마존은 로봇기업인 ‘키바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아마존 로보틱스로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 비용을 20%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미 확보한 데이터의 양을 비약적으로 늘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M&A도 활발하다. 독점적 시장 특성상 신규 고객이나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M&A가 불가피하다. MS는 기존에 보유한 오피스 유저 데이터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 2016년 262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 네이버가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MS와 오라클 사이에서 벌어진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인수경쟁 역시 수익 확대보다 틱톡이 보유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회원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M&A는 2010년 611건에서 2018년 2,290건으로 3.7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익모델 도입 보다 안정적 플랫폼 구축이 먼저=플랫폼 비즈니스의 생애주기는 무료·저비용 서비스 제공→시장 과점→유료화를 거친다. 획기적인 서비스로 유저를 끌어모은 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늘려가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정식이다. 유료화 이전 ‘보릿고개’는 대부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넘긴다. 플랫폼 자체가 튼튼하다면 광고,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플랫폼의 체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결국 참여자들의 지지도다. 그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플랫폼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00년 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선 ‘윈도’(Windows)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지만 쓴 잔을 마셨다. 앱 개발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해 앱 유통 플랫폼 구축에 실패한 것. 이런 상황에서 PC OS와 동일한 유료화 정책을 밀어붙이자 소비자와 단말 생산 업체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결국 모바일 운영체계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가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구글 안드로이드가 왕좌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를 연결하고 좋은 서비스를 찾아주는 모델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와 AI”라며 “스포티파이는 후발주자지만 알고리즘으로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제공했고, 테슬라는 사용자 데이터를 통한 끊임없는 소프트웨어 피드백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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