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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노무현 탄핵 기각은 의문·박근혜 탄핵엔 정치적 판결”

논문 통해“盧 대통령의 말도 탄핵 사유”

헌재, 헌법 역행 적극적 의사 있어야

김 “지나치게 엄격·파면 불가능 해석”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인 판단”

반대세력 탄압도 헌법 위반 인정 가능

청문회, 두 대통령 탄핵 입장이 도마에

지난 2016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진이 걸린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자가 과거 논문에서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됐다”고 비판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석하기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문재인정부가 계승하는 노무현정부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헌재가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달 인사 청문회에서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는 야당은 물론 김 후보자를 추천한 여당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욱, 헌재 노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의문 제기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자가 3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오승현기자 2020.12.31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 없다”, 2004년 2월 24일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옛 친정인 새천년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제안해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의 도움을 얻어 같은 해 3월 국회에서 193석의 찬성(재석 272석)을 얻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7년에 이와 관련한 논문 ‘탄핵 요건으로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중대성’을 작성했다. 논문에서 김 후보자는 헌재가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기각했다고 결론냈다. 이 논문은 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건과 헌재의 결정을 학술적 시각에서 판단한 내용이다.

탄핵 기각 결정 “탄핵심판제도 의미 퇴색 해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나흘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시민들이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권욱기자 2019.05.19


논문에서 김 후보자는 헌법 제65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 사유인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를 설명하며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행위와 말도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물론 2004년 헌재도 탄핵 결정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이 헌법 제65조 제1항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위반 행위에 대해 “헌법 질서를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탄핵을 기각했다.

반면 김 후보자는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가 대놓고 헌법 원칙이나 원리를 문제 삼으며 부인·공격하는 언행을 하거나 존립을 흔드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이에 반하는 언행을 반복적으로 또는 광범위하게 저질러서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원칙이 중대하게 훼손되는 결과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보고 파면 결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탄핵심판제도를 둔 목적이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해석”이라고 적시했다.



朴 탄핵은 “法 보다 정치적 판단, 바람직 안 해”


자료=연합뉴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 “법적인 판단보다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도 썼다.

당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5%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 신임을 저버렸고, 그래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국민과 대통령 간의 신임관계라는 주관적·심리적인 관계에 따른 판단으로서 법적인 판단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보고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은 법적인 책임을 추궁하고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제도 본질이나 목적에 맞지 않다”며 “헌재 스스로가 탄핵 심판 절차의 법적인 성격을 도리어 약화시키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해석 방법”이라고 했다.

또 김 후보자는 헌재가 “헌법질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본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의 앞서본 판시로 인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대통령이 직접 또는 경제수석을 통해 대기업에게 특정 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을 요구한 것 자체가 “헌법질서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가 노 전 대통령보다 탄핵심판에서 헌법질서 위반에 대한 범위를 넓혔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로 반대세력 탄압 땐 헌법질서 위반


지난 2019년 5월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경우도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이 법 위반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이 사익 추구인지, 반대세력 탄압인지 등에 따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 따른 ‘중대한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 위반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이 나쁠 수록(반대세력 탄압 등),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일수록‘ 법 위반의 중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적었다. 출범할 공수처가 야당 등 반대세력에 표적 수사를 할 경우 탄핵사유가 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게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방침이다.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사유였는지와 논문에서 주장한 반대 세력 탄압 등이 탄핵 사유인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안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 10일 김 후보자가 모친상을 당하면서 일정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청문회는 김 후보자가 복귀한 후인 오는 18~19일께로 조율 중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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