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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산과 첨단 ICT기술의 근사한 만남[책꽂이]

■첨단×유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동아시아 펴냄





시점(視點)의 변화는 미술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15세기 르네상스의 시작과 함께 전개된 투시원근법이 2차원의 캔버스에 3차원의 입체감을 '실감나게' 보여준 게 대표적이다. 동양미술에서는 하늘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식의 부감법(俯瞰法)이 있었다. 국보 제217호인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는 높이 치솟아 조망한 부감법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특히 시점을 조금 낮춰 정면에서 45도 비틀어 본 '평행사선부감법'은 멀리 있을수록 작아지는 서양 원근법과는 반대로 뒤에 있는 사물을 크게 포착해 장대함과 세밀함을 한 폭에 구현했다. 한국 미술에서 기법 상의 발전이 절정에 이른 이 평행사선부감법을 적용해 그려진 것이 바로 국보 제249호 '동궐도'다. 임진왜란의 상흔에서 복원된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남기고자 제작된 가로 576㎝, 세로 273㎝의 이 초대형 회화는 "지금으로 따지면 종로 5가 위치의 30층 높이 정도 되는 빌딩 위에 올라서야 가능한" 시선으로 그려진 당대 기술의 정점이었다.

박물관에 모여 전통 유산과 첨단 과학을 한데 연결하고자 한 학자들이 드론의 시선으로 옛 유산들을 다시 봤다. 드론은 조선의 도화서 화원들이 상상으로 그려냈던 궁궐의 지붕 위, 숲의 상공 등을 날아다니며 촬영한 후 이를 기반으로 3D입체 모델링을 만들 수 있다. 오차율은 2% 미만으로 아주 정확하다. 동궐도와 드론의 결합은 재현을 넘어 안전 진단과 복원, 즉 활용과 보존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새 책 '첨단×유산'은 이런 방식으로 역사와 과학의 가치가 만드는 교차점을 찾고 융합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과 시도를 보여준다.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유산과 동 대학 공과대학의 첨단 기술을 연결해 교수진 및 석학들이 10개의 주제로 진행한 대중 강연이 책의 기반이다.



학자들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도로선을 통해 '링크 앤 노드'(위치 참조 기법)를 최초로 도입해 지역 간 네트워크를 표현하고자 했던 숨은 뜻을 파헤치고, 이를 GPS 기술을 바탕에 둔 자율주행 기술의 정신과 연결 짓는다. 고려청자의 비색을 디스플레이 기술로, 백자 문양을 반도체의 재현 기술인 리소그래피로 확장시키는 발상과 전환이 놀랍다.

왕실에서 생명이 태어나면 그 근원인 태(胎)를 고이 모셔 항아리에 담아 묻었는데, 그 탄생의 흔적이 무덤 바로 옆에 놓인다는 것은 죽음과 삶을 잇는 유교적 공존 방식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탯줄을 냉동 보관하는 기술이 생명을 살리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2만2,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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