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부동산을 22년째 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지난 3일 동안 손님이 너무 밀려들어서 가게 문을 못 닫을 지경이에요. 하루 50~60명은 부동산에 직접 찾아오고 있습니다.”(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G부동산)
"매물이 없어요. 지금 저희 부동산에만 대기 고객이 100명은 될 거예요."(안산 상록구 S부동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안산 상록수역을 정차할 수 있다는 소식이 최근 나오자 이 일대 부동산은 때아닌 난리다. 정부는 정차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주인이 하루 만에 호가를 2억 원 올리고 수백 명의 매수자들이 몰리는 전례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요 분산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계획된 GTX가 ‘패닉 바잉’ 등 상승장과 맞물리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외곽의 집값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안상 상록수역 일대다. 현지 중개 업소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과 인접한 7개 아파트 단지에서 구매 가능한 매물은 ‘제로’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일요일에 이미 외지 투자자들이 몰려와 기존 가격에 나와 있는 매물은 모두 계약을 했다”며 “지금은 그 이후 새로운 매물이 없고 연락을 달라는 대기 손님들의 예약만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2억 1,000만 원에 나왔던 물건이 있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3억을 주겠다고 하자 집주인이 집을 보러 간 자리에서 3억 5,000만 원을 불렀다. 매수자가 그 가격도 받아들인다니까 집주인이 또 4억으로 올려버리는 바람에 거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기본 계획에 일부 차량을 상록수역에서 회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반영했으나 실제 정차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승객의 승하차 없이 단순히 회차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GTX발 주택 시장 과열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중 국토부가 발표하는 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GTX-D 노선을 두고서도 김포 등 각 지역에서 단지별로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김포 장기역 인근의 한 단지는 최근 전용 84㎡가 7억 500만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12월에도 신고가(6억 9,000만 원)가 탄생했고 이후 가격이 더 올랐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GTX-D 역사가 장기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포한강 신도시 내 구래역 일대의 한 대형 단지 역시 지난해 말 전용 84㎡에서 6억 원을 넘는 첫 거래가 탄생했다. 이 역시 GTX-D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같은 도시 내 다른 두 권역에서 서로 GTX-D의 수혜 지역이라며 집값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양주나 덕양·동탄 등 GTX가 지나는 지역은 곳곳이 ‘불장’이다.
양주 옥정 신도시 ‘옥정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전용 58㎡는 지난달 초만 해도 3억 3,000만 원에 실거래됐지만 같은 달 말 1억 1,000만 원 오른 4억 4,000만 원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 아파트 매매 가격에 따르면 양주는 1.27% 올라 경기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GTX-A가 지나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우남퍼스트빌’ 전용 59㎡는 이달 초 9억 9,900만 원에 실거래되면서 1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달 26일만 해도 8억 7,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열흘 만에 1억 2,900만 원 올랐다.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GTX-A 창릉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달 5일 기존 최고가(9억 원)보다 2억 원 오른 11억 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3억 원 수준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GTX 같은 대형 투자가 확정되면 해당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확정되지 않은 소문만으로 투자하게 되면 이 투자자들이 사업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개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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