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확충하고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올해는 억눌렸던 수요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분출되면서 기업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증시 상승은 투자자들이 이런 펀더멘털 개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주식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백신 보급과 경제 지원책이다. 백신 보급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비(非)미국 시장과 경기 소비재 섹터에서 5~15%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고 충분하게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에 달렸다.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졌는데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익 감소로 주가수익비율(PER)이 기계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지난해 3월 말 이후 펼쳐진 주식시장 상승 랠리다. 셋째는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채권 수익률과 비교하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과거 10년 평균치에 가까운 수준일 뿐이다.
여기서 지역 간에 밸류에이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PER 지표에서뿐만 아니라 주식 위험 프리미엄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 주식 가격이 비싸다. 미국은 성장성 높은 기술 및 통신 서비스 섹터의 비중이 큰 데 비해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가치주와 경기 민감 섹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섹터 구성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시장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크다. 특히 흥미로운 결론은 가장 큰 이익 반등이 기대되는 유로존 주식이 가장 덜 비싸다는 것이다. 이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2021년에는 미국 이외의 시장이 선호되며 그중에서도 유럽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주식 수익률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더 높은 밸류에이션 배수가 아닌 이익 성장의 가속화가 될 것이다. 이는 경기 사이클의 회복 단계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지난해 경기 회복 초입 국면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중앙은행의 대처가 더욱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면 가까운 시일 내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하는 데 기여해줄 것이다. 통화정책 또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 제외 시장이 더 수혜를 볼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수익률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마르코?윌너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투자전략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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