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 10건 중 6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신고가 비율이 4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증여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27일 서울경제가 직방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최근 ‘한 달간(2020년 12월 26일~2021년 1월 25일)’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의 60%가 직전 최고가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거래된 아파트는 총 823건으로 이 가운데 496건이 신고가였다.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 달 새 3,556건의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40.66%인 1,446건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 기간에 1만 2,755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신고가 비율은 27.64%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별로 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3단지 전용 84.2㎡는 이달 9억 9,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이전 최고 거래가는 8억 7,000만 원으로 지난해 6월에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상계주공 4단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용 84.2㎡는 지난해 6월 7억 5,000만 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달 8억 9,500만 원에 소유주가 바뀌었다. 기존보다 1억 4,000만여 원 상승한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은 올 들어 대형 평형이 다수 거래됐는데 가격이 3억 원 이상 올랐다. 주상복합건물인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4.05㎡는 이달 28억 5,000만 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는 지난달 기록한 직전 최고가(25억 원)보다 3억 5,000만 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경기도는 남양주, 고양 덕양구, 의정부 등 북부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했다. 이들 지역은 그간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지 않았는데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립 등 교통 호재가 반영되며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남양주의 경우 부영사랑으로 7단지 전용 126.39㎡가 이달 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6억 4,000만 원)보다 1억 1,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수도권에서 이처럼 신고가 거래가 폭증하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다주택자 급매 출현은 헛물만 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요즈음 보유세 부담으로 주택을 처분해야 할지 물어보는 상담자가 거의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정리하고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며 상반기에 나올 물량도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현재와 같이 주택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계속 보유하거나 증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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