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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前사무차장 "韓, 탈원전하면서 어떻게 北 원전 정당화하나"

"원전, 남북한 간 정치적 결정으로 못 지어"

"北, NPT 복귀 안하면 북한 땅에 건설 못해"

"냉각수 필요해 DMZ 아닌 동해·서해 근처여야"

"원전 건설하고 북한이 핵포기 안하면 어쩌나"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출신 고위인사가 남북이 독자적인 정치적 결정으로 북한에 원전을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북한이 핵 보유국 자격으로 각종 비확산 규약과 안전조치를 수용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위반 행위가 된다는 지적이었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미국 국영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를 통해 “원자력발전소는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논의해서 지을 수 있는 종류의 시설이 아니다”라며 “현장 조사와 건설 허가 등 기술적인 측면이 매우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고유의 원자로 도안을 갖고 있는 한국에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많은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해외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중에는 미국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 금호지구에 건설해주기로 했던 경수로 2기를 떠올려 보면 비용 문제도 있다”며 “북한의 열악한 전력망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1,000MW급 이었는데, 원전을 지어준다 해도 북한 내 전력 공급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에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20~30년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5억 달러로 계획했던 비용이 지금은 훨씬 커졌을 것이라는 추산이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산업부 원전 검토 문서 내용을 두고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짓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들었지만, 원자로 가동에는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소는 동해나 서해 인근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장 조사가 필요하고 정치적 결정만으로 이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안전 문제도 장애로 꼽았다. 그는 “원자로 관리는 한국이 맡는 것인지, 그렇다면 북한의 역할은 무엇인지, 북한 기술자들이 시설에서 직접 일하게 되는지, 아니면 북한 측은 단순히 전력만 공급받는 것인지 등 어떤 국제적 합의를 맺느냐의 문제들이 있다”며 “한국은 원자력안전협약과 핵확산금지조약 등에 서명했기 때문에 누가 원전 관리 책임을 맡을 것인지도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어 “이번 사안의 전말이 밝혀지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원전 건설 계획이 그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한 누군가의 생각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준비 작업을 마친 진지한 시도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준비 작업을 했는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계획했고, 누가,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을 했는지, 예비 조사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이다”라며 “만약 이런 작업이 진행됐다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조직 차원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원전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건설 과정에 북한인들이 관여할 것인 만큼 원자로 건설 방법과 도안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분명히 전문 지식 일부가 흘러 들어가 북한이 이를 이용해 독자적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현시점에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원전 건설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인지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전 시설이 북핵 프로그램에 기여할 여지는 있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핵 관련 지식과 원자로 건설 방법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지 않으면 북한 땅에 원자로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북한이 원전 완공 전에 핵무기를 포기하겠느냐”며 “북한이 NPT에 가입할 것으로 여기고 원전을 지으려 했는데 원전 건설 뒤에도 핵무기를 그대로 갖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 중인 상황과 관련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 될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한국이 이유가 뭐든 원자력 발전 중단을 결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에 원전을 짓는 계획을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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