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들의 투자자 보호 수준이 3년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펀드 판매 절차에서 적합·적정성 원칙을 잘 안 지키는 곳이 많아 ‘불완전 판매’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은 지난해 증권사 17곳, 은행 10곳, 보험사 1곳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한 후 펀드 판매 절차를 점수화한 결과 총점이 50점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019년보다 8.1점 내려간 수치로 지난 2018년 이후 3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단에선 △투자자 보호 규정 준수 △판매 숙련도 점수를 합산해 영업점의 펀드 판매 절차를 점수화하고 있다. 이 중 판매 숙련도 부문 점수가 낮았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2020년 기준 판매 숙련도 점수는 ?24.09점으로 지난해보다 5점 내려갔다.
실제로 금융투자 소득세나 펀드 투자 구조 등 전문 지식에 대해 판매 직원이 정답을 말한 확률은 26%(78건)에 그쳤다. 펀드 설명 시 고객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투자 설명서를 그저 읽는 비율도 지난 2019년보다 7.6%포인트 증가한 50%로 집계됐다.
펀드 판매 절차에서 적합·적정성 원칙 규정 준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적합성 원칙은 투자자 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령 원금 보장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권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단 측의 미스터리 쇼핑 결과 투자자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11.3%로 전년(6.0%)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도 18.3%으로 2019년(15.6%)보다 소폭 증가했다.
적정성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적정성 원칙은 고위험 상품이 투자자 제반 성향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위험성을 고지·경고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고위험 펀드 가입 희망 의사를 밝힌 경우 부적합 안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비율이 전체의 49%로 전년(53.6%)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재단 측은 “적합·적정성 원칙 준수가 미흡해 고위험 펀드에 대한 불완전 판매 위험이 크다”며 “판매회사 자체 점검 및 완전 판매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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