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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난' 유럽, 거들떠보지 않던 러시아·중국산도 도입 움직임

EU 회원국 백신 접종 비율 2%대 불과

"백신 대량생산 어렵다는 점 과소평가"

중국산보다는 그나마 러시아산 선호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1차 공급물량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항공편으로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에 이날 러시아산 백신이 처음으로 공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유럽이 백신부족 상황에 직면해 거들떠보지도 않던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이제 선택지로 놓았고 곧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부진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부진을 만회해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EU 회원국들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1회차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인구 비율은 프랑스 2.7%, 독일 2.6%, 이탈리아 2.3% 등이다. 올해 EU와 결별한 영국(16.4%)이나 아직 EU에 가입하지 않은 세르비아(7.3%) 등 비회원국에 견줘 EU 회원국 접종률이 낮다. 영국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세르비아는 EU가 아직 사용승인을 내리지 않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V’와 중국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EU 회원국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물량부족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EU/EEA(유럽경제지역) 회원국에 현재까지 배분된 백신은 약 1,287만7,000회분이다. EU가 각 제약사에서 선구매한 백신량이 14억500만회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4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백신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과소평가했다며 ‘실수’라고 인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업계에서는 백신 접종 시작이 백신이 아주 매끄럽게 공급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쓰라린 교훈으로 우리가 분명히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신 부족에 접종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유럽에선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와 중국 (백신) 제조사들이 모든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보이면 다른 백신처럼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조건부 판매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산 백신을 사용하는 세르비아의 접종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유럽의약품(EMA) 승인을 받은 백신이면 항상 환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좋은 자료를 접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스푸트니크 V를 두고 대화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최근 러시아가 독일 생명공학기업에 스푸트니크 V 공동생산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백신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 싱크탱크 애틀린택카운슬 토론회에서 중국 시노팜과 시노백이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하지 않아 효능을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스푸트니크 V는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의학학술지 랜싯에 게재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2만명이 참여한 3상 시험에서 예방 효과가 91.6%로 나타났다. 이는 화이자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보단 약간 낮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단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노팜은 작년 말 중국 당국으로부터 출시를 조건부로 승인받았고 시노백은 이날 같은 승인을 받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백신을 지렛대로 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토론회에서 중국이 백신을 개발해 세계로 수출하는 것이 “명백한 외교적 성공”이라며 서방국가엔 “조금 굴욕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러시아는 백신 외교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고히 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광범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거의 숨기지 않았다”라며 냉전 때 소련과 미국 간 우주경쟁의 도화선이 됐던 위성의 이름을 백신에 가져다 붙인 것을 대표적인 예로 봤다. 신문은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수감에 독일이 러시아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진 상황에서 스푸트니크 V의 유럽 도입 전망이 나왔다”라고 언급했다.

조애너 호사 유럽외교협회(ECFR) 부국장은 “현재 EU의 우선 목표는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EU는 러시아 백신 도입 시 부정적 면에는 눈 감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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