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됐다.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를 공급해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주택 시장 안정과 규제 혁신, 개발이익 공유 등을 추구하는 방안이다. 공급보다 투기 수요 관리에 집중한 이전 대책들에 비해 시장 친화적이라는 반응이다.
의미 있는 부분은 서울의 경우 공공 재개발을 통한 속도감 있는 시행뿐 아니라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한 정비 수단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중반 시작된 뉴타운은 도시 계획 차원에서 강남북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개발 전후 이주 수요 확산으로 주변 전월세 가격 폭등, 소형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낮은 재정착률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출구 전략이 모색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도시 재생으로 선회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뉴타운 해제 지역에서 점단위로 비아파트가 건축되면서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좌초됐던 뉴타운 해제 구역 중 일부 역세권 저층 주거지가 이번 대책으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 176곳의 뉴타운이 해제됐고 이로 인해 공급되지 못한 주택이 서울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뉴타운 해제 구역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강남북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재개발은 강북, 재건축은 강남에 집중돼 있는 모습이다. 이번 대책으로 강북의 재개발 지역들이 쾌적하게 탈바꿈되면 강남북 균형을 맞추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의 주거지 분화와 질적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강남은 1973년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 이후 불과 50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부 기관과 명문고, 주요 대기업들의 본사가 강남에 몰려 있다. 도시 경쟁력의 원천은 일자리이고 좋은 일자리가 집중한 강남이 빠르게 발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국세 통계상 강남구 근로소득자 수는 96만 명, 강북구는 4만 1,000명으로 강남구가 월등히 많다. 이는 강남북 일자리 격차를 방증한다. 강남의 아파트 비율은 60.5%인 반면 강북구나 은평구 등은 40%가 안 된다. 강남북 평당 아파트 가격 차도 2016년 796만 원에서 2020년 1,268만 원으로 벌어졌다.
주거 지역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서는 안 된다. 공간 인프라는 지역에 상관없이 균등해야 한다. 사회복지나 주거 복지는 특정 개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공간 복지는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시설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수혜 범위가 넓은 확장성이 특징이다. 이번 공급 대책이 주택과 함께 공간 복지시설도 공급하고 일자리까지 결합된 플랫폼으로 확장돼 강남북이 비슷한 삶의 질을 누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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