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제금융협력대사로 임명됐다. 협력대사는 정부가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인지도를 겸비한 민간 인사에게 대사 직함을 부여해 각종 외교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기는 자리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의 좌장으로 통하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이 자리를 거쳤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경제 외교’ 분야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행시 29회 출신으로 재무부 국제금융과,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까지 거친 최 사장도 대사직 수행에 대해 상당한 의욕을 갖고 있다. 그는 “금융대사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한국 진출 의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금융 당국과 다리를 놓아주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금융 중심지 조성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게 최 사장의 구상이다. 그는 “관료와 국제기구·국부펀드 등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았다”며 “이들이 가진 고급 정보와 한국 금융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정책 당국에 전달해 금융 중심지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사장은 대사 임명 직후인 지난해 12월 약 1년여 만에 싱가포르로 출장을 떠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선임장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 테마섹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금융 중심지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이 싱가포르에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세워 화제가 됐는데 그 배경을 보면 싱가포르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 것도 있지만 GIC 등이 브리지워터에 출자하며 장기간 신뢰를 쌓아온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이 같은 노하우 등을 국내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후배 관료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최 사장은 “국제금융 분야에서 공무원이나 민간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중은행에서도 글로벌 담당이 행장을 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을 넓게 보는 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