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출이 줄어든 모든 소상공인에게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16일 밝혔다. 앞선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일반 업종 지원 기준을 매출 4억 원 이하로 잡으면서 생긴 ‘매출이 크지만 이익이 작은’ 업종 등 지원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또 노점상, 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창업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폐업해 매출 감소를 증빙하지 못한 소상공인도 지원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매출 10억 원 이하일 경우 소상공인으로 정의하지만 사실 매출 4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라며 “아직 확정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10억 원까지 올리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연 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은 전체 소상공인 중 86%(291만명)였다. 수혜 대상 소상공인은 약 2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재난지원금까지 일반 업종의 지원 기준은 연 매출 4억 원 이하이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경우였다. 하지만 편의점 등 매출이 많으면서도 순이익이 적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매출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매출액의 감소나 증가는 절대로 손실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매출이 좋지 않더라도 원가에 따라 오히려 이익을 볼 수도 있는데 다양한 사업 형태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출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많다. 노점상이나 지난해 창업 이후 코로나19로 폐업해 매출을 증빙할 수 없는 자영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근로자 수가 5~6명 이상인 경우, 노점상, 플랫폼 노동자를 지원 대상에 추가할지에 대해 “사각지대를 어디까지 커버할지는 면밀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국회에 1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경 규모에 대해 홍 부총리는 “검토 중이기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추경 규모가 30조 원을 넘을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언론의 추측 보도가 심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방역 문제가 확실하게 제어되지 않는다면 그런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이라고 하는데 거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이기 때문에 월등히 크다. 리스크 요인으로 생각한다”면서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1분기 중, 다음 달 정도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제에 대해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데 정부도 동의한다”며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통상 연구 용역이 6개월 걸리지만 몇 개 출연 기관에는 연구 용역을 최소 다음 달 말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관계 부처 TF에서는 손실보상 대상·기준·규모를 어떻게 하고 법과 시행령을 어떻게 나눌지 토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손실보상제의 정의를 ‘손실보상’과 ‘피해 지원’ 중 무엇으로 할 것이냐다. 홍 부총리는 “‘피해 지원’일 경우 더 탄력성 있고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반면 ‘손실보상’일 경우 손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상하지 못한다는 법 해석도 있다”고 전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별도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등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4월에 법안 제출이 가능하겠다’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빠르면 그럴 것 같다”며 “정부도 관심이 많고 시급해서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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