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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동십자각] 재난지원금 뿌리기 경연장 된 선거판

이상훈 성장기업부 차장





주인과 대리인 문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 전문경영인이 저지르게 되는 경영상의 위험을 말한다. 가령 어떤 기업의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치자.

그런데 이 전문경영인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 요량으로 회사 경영보다 ‘자신 알리기’에 더 열중했다. 그 결과 전문경영인이 회사 수익의 절반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 나눠줬다고 가정하자. 전문경영인은 선행으로 치장된 스포트라이트 덕분에 목표를 달성할지 몰라도 회사는 투자 혹은 유보금으로 위기에 대비할 자산을 날리게 된다.

요즘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노라면 이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인들은 국정 운영을 위임받은 대리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자신이 속한 정파의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원칙 없이 휩쓸리고 있다는 데 있다.



4월 재보궐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이전인 3월에 지원금을 뿌리기 위해 대상자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명분도 사각지대 해소로 그럴듯하다.

여권에서는 아예 노점상, 플랫폼 노동자 등도 지원하자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노점상만 해도 영업금지 속에 임대료 등을 물어야 하는 일반 점포와는 다르다. 세원도 포착되지 않는 부류라 세금 한 푼 안 냈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자영업자도 아닐뿐더러 수입이 떨어졌을 것으로 보기도 애매하다. 단순히 어렵다고 지원금을 주는 식이면 사각지대는 끝이 없다. 당연히 도덕적 해이도 만연할 것이다. 이 정도까지 되면 왜 보상에 나서는 것인지조차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다. 지원 대상이 넓어질수록 국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해 애꿎은 피해를 당한 진짜배기 자영업자들은 정작 더 소외될 처지다.

결국 퍼주기식 지원은 “나는 왜 지원금을 안 주느냐”는 형평성 논란으로 귀결된다. 원칙 없이 돈을 뿌리다 보니 자영업자 중에서도 업종·규모별로 볼멘소리가 삐져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면서도 기껏해야 고용유지지원금만 받은 중소기업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리알 지갑으로 사실상 지원금을 대고 있는 직장인의 심기도 달래야 할 판이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일반인에게도 지원금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마치 ‘내일이 없는 나라’ 같다. 코로나19는 곧 잡히고 이런 몹쓸 바이러스가 활개치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것처럼 나랏돈을 물 쓰듯 한다는 뜻이다. 살림을 거덜 내고 경제주체 간에 위화감마저 일으킬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대리인을 잘못 뽑은 대가치고는 혹독한 결과다. 선거 승리만이 유일무이한 원칙인 대리인들 덕에 나라 꼴이 우습게 돌아가고 있다.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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